본지가 전국 4년제 대학의 최근 4년 입학 정원을 비교해봤더니 부실 대학 정원은 거의 줄지 않은 반면 건실한 대학 정원은 큰 폭으로 줄어들었다. 지난해 정부 대학 평가에서 A등급을 받은 대학은 4년간 입학 정원을 3800여 명 줄였지만, E등급 판정을 받은 부실 대학은 입학 정원을 1024명 줄이는 데 그친 것이다. 이는 정부가 건실한 대학에 대해선 '재정 지원을 받으려면 정원을 줄이라'고 압박해 반강제로 정원을 줄인 반면, 부실 대학에 대해선 퇴출을 밀어붙이지 못해 생긴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저출산 여파로 2023년 고등학교 졸업생은 40만명으로 줄어들지만 현재 대학 입학 정원은 56만명에 이른다. 최소한 28%, 16만명을 줄이지 않으면 안 된다. 대학 구조조정을 지지부진한 상태로 계속 끌다가는 나중엔 한꺼번에 많은 지방 대학이 학생 부족으로 문을 닫거나 존립 위기에 몰려 감당하기 어려운 사태가 오고 말 것이다. 정부가 더 적극적으로 부실 대학 퇴출과 구조조정을 유도해야 하는 이유다.
부실대 퇴출을 유도하는 법안은 2010년부터 국회에 제출됐지만 19대 국회에서도 자동 폐기됐다. 현행 사립학교법은 사학 법인 해산 때 잔여 재산을 국고나 지방자치단체에 귀속시키도록 규정해 부실대가 자진 퇴출을 꺼리고 있다. 그래서 설립자에게 출연금에 물가 상승분을 더한 금액 범위 내에서 출연금을 돌려주거나 공익·사회복지 법인 등으로 전환할 수 있게 퇴로(退路)를 열어주자는 것이 대학 구조개혁법의 핵심이다. 야당은 이 조항이 '부실 사학에 대한 특혜'라며 반대 의견을 고수하고 있다.
야당은 설립자에게 출연금 일부를 돌려주는 것이 '먹튀'라서 받아들일 수 없다면 달리 무슨 방법으로 대학 구조조정을 성사시킬 것인지 대안(代案)을 내놓아야 한다. 20대 국회에서도 대안 없는 반대만 한다면 야당이 부실 대학을 감싸고돈다는 비판을 들을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