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부장, 잘 있었어?" 지방에서 근무하는 이모 부장판사는 얼마 전 뜬금없는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전화번호도 모르는 번호였다. 알고 보니 고교 동창인 변호사였다. 그다지 친하지 않은 동창이었는데 10여년 만에 전화를 걸어 온 것이다. 이 판사가 "무슨 일이냐"고 묻자 친구는 "별일은 없고, 그냥 목소리 듣고 싶어서…"라고 답했다고 한다. 갑작스러운 안부 전화를 이상히 여긴 이 판사는 서둘러 전화를 끊었다. 그는 "변호사가 사건 수임을 위해 앞에 의뢰인을 두고 친분 과시용으로 전화한 느낌이 들었다"며 "최유정 변호사 사건이 터지곤 아는 사람이라도 변호사 전화는 받기가 꺼려진다"고 했다.

법정에서 평소 알던 변호사와 알은체하는 것도 조심스럽다고 한다. 한 형사단독 판사는 "안면 있는 변호사가 법정에 들어와 눈인사를 하면 가볍게 목례 정도는 했는데 이제는 눈도 마주치지 않는다"고 했다. 자칫 사건 당사자가 '변호사가 판사와 친하니 결과가 좋을 것'이라고 오해하거나 반대로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수도권의 한 배석판사는 최근 법정에 들어온 대형 로펌 소속 대학 동기 변호사를 애써 외면했다. 다른 재판 때와 달리 더욱 엄격히 재판을 진행했다고 한다. 그는 "친한 사람들이 오랜만에 변호인으로 들어오면 재판 끝나고 가볍게 차를 마시곤 했지만 요즘에는 '판사가 대형 로펌 변호사랑 만나고 있다'고 말 나올까 부담스럽다"고 했다.

외부 인사와 약속도 최대한 줄이는 분위기다. 수도권 법원의 김모 부장판사는 지난주 사법연수원 동기들과 몇 달 전 잡힌 저녁 약속을 취소했다. 이날 모임에 참석하는 사람 절반 이상이 변호사이다 보니 다른 판사 상당수도 약속을 취소했다고 한다. 서울중앙지법 한 판사는 "저녁 시간에 구내식당에 가면 평소엔 한가했는데 요즘엔 길게 줄을 서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