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병에 붙어 있는 과음 경고 문구가 1995년 이후 21년 만에 더 강력해진다. '임신 중 음주는 기형아 출생률 위험을 높인다' '알코올은 발암물질로 지나친 음주는 간암·췌장암 등을 일으킨다' 같은 내용이 든 문구가 초안으로 검토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주류 판매용기(술병)에 임신 중 음주의 위험성을 알리는 경고 문구를 표시토록 의무화한 국민건강증진법 일부 개정안이 지난 2월 국회를 통과해 9월 3일 시행을 앞두고 있다"며 "법 개정 후속 조치로 과음 경고 문구를 담은 '흡연 및 과음 경고 문구 표시 내용' 개정을 추진해 6월 중 고시할 예정"이라고 19일 밝혔다.

소주병에 붙은 현재 과음 경고 문구. 정부가 21년만에 손보는 술병 경고 문구에는‘기형아 출산’같은 좀 더 강한 경고 문구가 들어갈 전망이다.

현행 주류 경고 문구는 세 가지다. ①지나친 음주는 간경화나 간암을 일으키며, 특히 청소년의 정신과 몸을 해칩니다 ②지나친 음주는 간경화나 간암을 일으키며, 특히 임신 중의 음주는 기형아 출생률을 높입니다 ③지나친 음주는 간경화나 간암을 일으키며, 운전이나 작업 중 사고 발생률을 높입니다 중 주류업체가 하나를 골라 술병 라벨에 표시하고 있다. 문제는 주류 업체에서 '기형아 출생률'이란 표현이 소비자들의 혐오감을 부를 수 있다고 우려해 ②번 문구를 잘 쓰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에 이번에는 어떤 경고 문구를 골라 쓰더라도 임신 중 음주에 대한 경고 부분은 꼭 담고, '청소년의 정신과 몸을 해친다'처럼 모호했던 표현도 '청소년 음주는 성장과 뇌발달을 저해한다'처럼 구체적으로 바꾸겠다는 방침이다.

실제로 외국에선 국내 기존 경고 문구보다 구체적이고 강한 문구를 사용하는 경우가 적잖다. 태국은 '음주는 간경변이나 발기 부전을 초래할 수 있다' '술을 마시면 의식 저하나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다' 같은 문구를 쓰고 있다.

국내 주류의 과음 경고 문구는 오는 12월부터 경고 문구에 더해 흡연 경고 그림까지 함께 붙여야 하는 담배에 비해 너무 약한 수준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 바 있다. 특히 담배 제조업계 등을 중심으로 "술병엔 예쁜 연예인 사진까지 붙여 광고하면서 담뱃갑엔 암환자 모습을 담은 경고 그림과 함께 '흡연은 폐암 등 각종 질병의 원인!' 같은 강한 경고 문구까지 따라붙어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는 주장이 계속됐다. 술병에 연예인 사진 게재를 규제하는 안은 논의되지 않고 있다. 아이러브스모킹을 비롯한 애연가 단체 등은 "술 소비자는 연예인 사진까지 동원해 적극적으로 유인하면서, 담배 소비자에겐 경고 문구·그림으로 정신적·시각적 고통을 준다"며 반발하고 있다.

방형애 대한보건협회 기획실장은 "백해무익한 담배와 달리 술은 심혈관계 질환에는 일부 도움 된다는 연구도 있고 아직까지 술의 사회적 기능도 무시할 수 없어 담배와 비슷한 수준의 경고 그림까지 붙이기는 어려울 것으로 본다"며 "추후 술병에 가시성 높은 크기·배색을 써 경고 문구를 잘 보이게 하는 작업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