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고향에 다녀왔다. 지난해 아이들과 화단에 심은 포도와 귤 나무가 잘 자라서 흐뭇했다. 그런데 시선이 고향 앞산에 머문 순간 깜짝 놀랐다. 내 기억으로는 능선마다 소나무와 낙엽송이 적당히 자리하고 군락을 이루던 곳 중간중간에 하얀 벚꽃이 피어 있는 것 아닌가. 예전과 사뭇 다른 모습에 어머니께 여쭈니 "새들이 버찌를 따 먹고 씨앗을 아무 데나 배설해 온 산이 이맘때면 저렇게 하얗게 변한다"고 하신다.

벚꽃을 굳이 '사쿠라'라 칭하며 배척하려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소나무가 자리했던 우리 산의 예전 모습을 속절없이 잃어가는 건 문제가 있다고 본다. 이제는 우리 산림도 제법 울창하고 자원으로서 가치도 높아지고 있다. 이제부턴 인공조림이 아니라, 제대로 숲을 가꾸고 자원화하는 정책이 필요한 시점 아닐까. 무엇보다 푸른 소나무 숲에 어울리지 않는 벚나무 등은 산림청이나 자치단체가 간벌하고 관리해야 하지 않을까. 가뜩이나 재선충병 등으로 신음하는 우리의 숲에 좀 더 관심을 갖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