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관변호사 선임으로 문제된 사건이라고 망설일 이유가 있나요? 인정할 건 인정하고 선의의 피해자가 나오지 않게 하면 되지···.”

100억원대 원정 도박으로 수감중인 정운호(51)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의 로비 의혹 사건으로 서초동 법조타운이 꽁꽁 얼어붙고 있다.

보석 등을 조건으로 50억원을 받은 최유정(46·사법연수원 27기) 변호사는 구치소 독방에 수감돼 있다. 검사장 출신 A변호사는 수사무마 의혹으로 집과 사무실을 압수수색 당했다. 출국금지 상태에서 모든 사건 수임 내역과 수임료를 샅샅이 조사 받고 있다. 검찰은 “의혹 만 있어도 수사한다’는 강경 분위기다.

검찰 수사가 정씨를 변호한 전관 변호사들을 정조준하면서 ‘정운호 로비 사건’은 ‘전관 변호사들의 무덤’이 됐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씨 변호를 맡을 ‘간 큰 변호사'가 있을까? 현재 정씨 변호는 강력·특수통 검사 출신인 최운식(55·사법연수원 22기) 변호사가 하고 있다.

대륙아주 최운식 변호사는 강력, 특수통 검사 출신이다.

◆ 평검사 시절, ‘슬롯머신 대부’ 정덕진 원정도박 밝혀내 구속시켜

대전고와 한양대 법대 출신인 최 변호사는 알아주는 강력·특수통 검사였다.

1998년 서울지검 강력부 평검사 시절, 정덕진씨의 해외 원정도박 사건을 파헤쳤다. 정씨가 필리핀으로 37억원을 빼돌려 현지 카지노에서 상습도박을 한 혐의를 밝혀내고 구속했다.

정덕진씨는 1993년 정권 실세였던 박철언 의원, 이건개 서울지검장 구속 등 정계와 검찰을 초토화시킨 ‘슬롯머신 사건의 주범’이다. 김태촌씨 등 조폭 두목들도 무릅 꿇고 ‘알현’했다는 도박과 주먹계의 진정한 실세였다.

2012년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1부장, 저축은행비리 합동수사단 단장을 잇따라 맡아 경제비리 사건 수사를 주도했다.

합수단 단장으로 저축은행 비리 관련자 137명을 기소하고 불법 수익 6500억여원을 환수했다. 저축은행 회장, 대주주를 기소하고 이상득(81) 전 의원 비리 등 정계 배후 세력까지 수사했다.

대구지검 김천지청장을 끝으로 2015년 법무법인 대륙아주에 합류했다.

그를 잘 아는 법조계 지인은 “평검사 시절부터 강단있고, 근성있고, 소신이 강했다. 한번 방향을 정하면 앞만 보고 가는 성격이라 검사로 높이 출세하기 어려운 스타일”이라고 했다.

최 변호사는 정씨의 전관 로비 의혹 사건과 네이처리퍼블릭 횡령 혐의 등에 변론을 맡고 있다.

◆ “전관 로비 사건에선 정운호도 피해자”...“잘못 인정하라” 정공법 변론

인터뷰를 한사코 거부하던 최 변호사를 지난 17일 오후 어렵게 만났다.

“검사나 변호사나 목표는 같다. 억울한 사람 만들지 말자는 소신은 변함이 없다.”

최 변호사는 “정씨 지분이 많지만 네이처리퍼블릭은 개인회사로만 봐선 안 된다. 매장만 수백개고, 일하는 직원이 2000명이 넘는다”며 “점주들과 직원들이 피해를 보지 않게 하자는 생각에서 사건을 맡았다”고 했다.

최 변호사는 "정씨는 현재 50억원 수임료 사건의 참고인으로 조사를 받고 있다"며 "보석이 간절했던 정씨가 50억원 수임료를 요구받았다고 봐야 한다. 정씨도 이 사건에선 피해자일 수 있다"고 말했다.
.

최운식 변호사는 “변호사는 의뢰인이 잘못된 길을 가지 않도록 조언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조폭과 경제 사범을 잡아들이던 검사와 범죄 피의자를 변호하는 변호사의 역할은 어떻게 다를까?

최 변호사는 “근본적으로는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최 변호사는 “검찰 수사도 억울한 피해자가 나오지 않도록 해야 한다. 변호사도 억울한 처벌을 당하지 않도록 법률적인 조언을 하는 역할"이라고 했다.

최 변호사는 “형사 사건 의뢰인에게 ‘잘못이 있으면 인정하라. 그래야 억울한 처벌을 피할 수 있다’고 설득한다”고 했다.

“죄를 인정하라고 하면, 의뢰인이 섭섭해하지 않을까?”

최 변호사는 “변호사는 처벌에 대한 두려움으로 무조건 죄를 부인하는 의뢰인이 잘못된 선택을 하지 않도록 조언해야 한다”며 “싫으면 다른 변호사 구하면 되지"라고 했다.

최 변호사는 “의뢰인 기분 좋으라고 잘못 말하면 의뢰인에게 독이 된다. 변호사는 ‘불편하고 인정하고 싶지 않은 진실’이라도 의뢰인에게 알려주고 조언해야할 의무가 있다”고 했다.

최 변호사는 그러면서 “정씨 사건으로 변호사들의 정당한 변론도 다 로비가 돼 버리고, 전관 변호사들이 ‘모두 도둑놈'이 되버린 현실이 안타깝다"고 했다.

“정씨가 몇 달 먼저 나가려고 보석받을 욕심에 최유정 변호사를 선임하지 않았으면 재수감을 걱정하는 상황까지는 가지 않았을 겁니다.”

최 변호사는 “정씨를 만나 검찰 수사에 협조하라고 조언하고 있다”고 했다.

◆ 50억 수임료?...다른 변호인들도 깜짝 놀라

서울 서초동 최유정 변호사 사무실

최 변호사가 속한 대륙아주는 작년 10월 정씨의 마카오 원장 도박 사건 1심부터 정씨를 변호하고 있다.

같은 전관 변호사로써, 항소심 보석 등을 조건으로 50억원이 오갔다는 검찰 수사 결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봤다.

최 변호사는 “나도, 다른 변호사들도, 정씨 측근들도 모두 놀랐다"고 했다.

“수십억 변호사 수임료는 말도 안되죠. 정씨가 수천억원대 갑부이기는 하지만, 돈을 펑펑 쓰진 않았는데, 왜 그랬는지 측근들도 놀랐고, 우리도 놀랐다"고 했다.

수임료를 밝혀달라고 했더니 “대륙아주가 받은 1심 변호 비용은 통상 로펌이 받는 비용보다 적었다”고 했다.

더 구체적으로 말해달라고 했다. 최 변호사는 “창피해서 공개 못한다. 문제가 있으면, 검찰이 우리라고 가만 뒀겠느냐"며 껄껄 웃었다.


☞관련기사
'정운호 구명 로비 의혹' 최유정 변호사 구속 <2016.5.13>
엘리트 여성 법조인과 정운호의 잘못된 만남?...최유정 변호사 누구?<2016.05.11>
'정운호 구명 로비 의혹' 대형 게이트로 번지나...정운호 누구? <2016. 5. 3>
[법조인 열전] 최운식 전 저축은행합동수사단 단장 <2015.3.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