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틀스 뮤지컬'은 많은 팬에게 꿈과 같았다. 아바 노래로 만든 '맘마미아!'나 포 시즌스 멤버들의 역정을 그린 '저지 보이스'처럼, 비틀스 명곡으로만 만든 뮤지컬을 무대에서 볼 수는 없을까. 마치 그 응답인 듯 영국에서 날아온 작품이 2012년 비틀스 탄생 50주년 기념으로 만들어진 뮤지컬'렛잇비(Let It Be)'다. 오는 주말 서울 공연에 앞서 지난 17일 대구오페라하우스 공연을 미리 가서 봤다.

뮤지컬을 '기승전결의 이야기를 갖춘 음악극'이라고 생각하는 관객에게 이 작품은 당혹스러울 수도 있다. 인터미션 포함 2시간 20분 공연하는 동안 비틀스 멤버 4명으로 분장한 배우들이 무대에 나와 처음부터 끝까지 40곡을 노래하며 연주하는 게 전부다. 다른 스토리는 없다. 첫 곡 '아이 소 허 스탠딩 데어'부터 마지막 곡 '헤이 주드'를 부를 때까지 이들에게서 불화나 갈등의 기미는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뮤지컬이라기보다는 사실상 콘서트'라는 일부 관객의 반응은 일리가 있다.

하지만 비틀스를 좋아하는 사람에게라면 이 공연은 심장이 떨릴 만한 체험을 안겨줄 수 있다. 토굴 같은 리버풀의 지하 클럽으로부터 1965년 미국 뉴욕 셰어 스타디움 공연, 1969년의 애비 로드 스튜디오까지 이어지는 여덟 장면은 치밀한 고증으로 이뤄져 있다. 배우들은 비틀스 초기의 몸에 딱 달라붙는 단정한 양복 차림에서 '서전트 페퍼스 론리 하츠 클럽 밴드' 앨범 재킷의 화려한 의상〈사진〉으로 계속 바꿔 입으며, 폴 매카트니는 애비 로드 스튜디오 장면에서 맨발로 등장한다.

무엇보다 돋보이는 것은 배우들의 뛰어난 가창력과 연주 실력, 그리고 모창 능력이었다. 존 레넌 역 루벤 거슨은 능청스런 비음(鼻音)을 능숙하게 뽑아냈고, 매카트니 역 이언 가르시아는 청아하면서도 강한 목소리로 관객을 흥분시켰다. 마지막 장면, 객석의 남녀노소가 모두 일어나 열광하는 장면이 무대 양쪽 스크린에 비칠 때에 이르면 반세기 전 비틀스 전성기의 콘서트로 시곗바늘을 돌린 듯한 착각을 하게 된다. 6집 '러버 솔'과 7집 '리볼버'에 실린 비틀스 중기의 명곡이 대부분 빠진 것은 아쉽다.

▷21~22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1644-1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