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진언은“평소 친구들과 어울릴 땐 장난도 많이 치는데, 방송에 나갈 땐 유독 얼어서 조용한 성격처럼 보이는 것 같다”며 쑥스럽다는 듯 웃었다.

"'슈퍼스타K(슈스케)' 우승 상금은 제가 번 돈이 아니라 '딴 돈'같은 거란 생각이 들었어요. 제 것이 아니더라고요."

곽진언(25)은 마치 남의 일을 얘기하듯 무덤덤하게 2억원을 기부한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2014년 슈스케에서 우승하며 받은 상금 전액을 작년 10월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기부했다. "그 돈을 몇 번이나 써보려 했는데 잘 안 되더라"며 "그럴 바에야 제대로 쓸 수 있는 분들에게 전달하는 게 맞는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지난 10일 첫 앨범이 나올 때쯤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쪽에서 먼저 기부 사실을 밝히면서 화제가 된 것도 "앨범 홍보 때문에 밝힌 것 아니냐는 얘기 들을까 봐 걱정이 들더라"고 했다. "오래전에 기부한 거라서 다행이죠(웃음). 오해의 여지가 줄어들 테니까요." 지난 13일 서울 마포구 소속사 사무실에서 만난 곽진언은 어떤 말을 하든 차분하고 울림 좋은 목소리로 전하고 싶은 바를 또렷하게 전달하는 사람이었다. 그의 음악도 그를 닮았다. 모든 수록곡을 직접 만들고, 프로듀싱까지 직접 했다.

"수록곡 대부분이 '슈스케'에 나가기 전에 만들어둔 곡들이에요. 만들어놓은 곡들 중에 애착이 가는 순서대로 9곡을 골라서 넣은 겁니다."

타이틀곡 '나랑 갈래'는 4년 전에 가장 먼저 만든 노래다. 공연 세션 등 각종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빈틈없이 살던 빡빡한 삶에 지쳐서" 여행을 떠나고 싶은 마음을 곡으로 옮긴 것이다. 어떤 노래를 하든 살짝 슬프게 들리는 곽진언의 중저음과 "햇살 따뜻한 날에 나랑 여행갈래/ 다신 안 돌아오게 아주 먼 곳으로"라는 가사가 잘 어울린다. 앨범에서도 '택시를 타고' 같은 이별 노래나 '후회'처럼 쓸쓸한 정서를 담은 노래의 울림이 특히 깊다. "사랑하는 우리 엄마 다시 살아나는 것/ 그때처럼 행복하는 것"이라고 노래하는 '후회'는 강원도 양양에서 초·중생을 위한 공부방을 하는 어머니가 쓴 시에 노래를 붙인 것이다.

원래 '슈스케'에 나갈 생각이 전혀 없었지만,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며 음악 활동을 하다가 문득 '이렇게 살다가 음악도 제대로 못 하고 잊혀지는 것 아닌가'라는 두려움에 도전한 것이다. "예선만 통과해서 TV에 한 번만 얼굴 나가면 성공"이라고 생각하고 시작했는데 "일이 너무 커지는 바람에" 우승까지 했다. 그렇지만 "카메라만 돌면 얼어버리는 카메라 공포증" 때문에 방송 활동하는 게 아직도 어렵다고 한다. 공연장에서 관객을 바라보며 노래 부를 때가 가장 편하고 좋다고 했다. 그리고 다음 달 1일부터 5일간 서울 이태원 현대카드언더스테이지에서 첫 단독 공연을 연다. "보러 온 관객분들이 제 노래를 듣고 진심으로 행복해질 수 있게 노래하고 싶다"고 말할 때 시종일관 차분하던 목소리가 아주 조금 높아졌다. 공연 문의 (02)3141-34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