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판매 중인 최신 경유차 대부분이 질소산화물(NOx)을 인증 기준 대비 많게는 20배 넘게 배출하며 공기를 오염시켜 온 사실이 16일 환경부 조사 결과 드러났다. 작년 9월 폴크스바겐의 배기가스 장치 조작 사실을 처음 밝혀낸 미국 환경청을 필두로, 지난달엔 독일과 영국, 프랑스 정부가 경유차가 질소산화물을 과다 배출한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한 데 이어 우리 정부도 동일한 결론을 내린 것이다. 국내외 자동차 제작사들이 수년 전부터 '클린(clean) 디젤'이라고 선전해 왔지만 경유차가 실제로는 '클린'과는 거리가 먼 오염물질 배출 차량이었던 셈이다.

◇"19개 차종이 배기가스 인증 기준 초과"

환경부의 이번 조사는 20개 차종을 대상으로 각각 3000㎞ 길들이기 주행을 실시한 후 ▲실내 인증 시험 모드 ▲고속도로와 도심, 교외 도로를 달리는 실도로 조건 주행 ▲외부 온도를 고온·저온으로 변화를 주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이뤄졌다. 그 결과 배기가스 장치 불법 조작이 적발된 닛산의 소형 SUV 캐시카이는 실내 및 실외 배기가스 검사를 통해 배기가스 재순환 장치(EGR)가 정상 조건에서도 작동 중단되는 현상이 나타났다고 환경부는 밝혔다. EGR은 경유차의 질소산화물 배출량을 줄이는 장치로, 2010년 이후 출시된 차량에 장착돼 있다.

국내 시판 중인 경유차 20종을 조사한 결과 닛산의 SUV 모델인 ‘캐시카이’가 배출가스를 불법 조작하는 임의 설정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환경부가 16일 밝혔다. 홍동곤 환경부 교통환경과장이 이날 정부 세종 청사에서 ‘캐시카이’에 설치된 배기가스재순환장치(EGR)의 문제점을 설명하고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배출량 기준을 초과한 다른 18개 차종은 엔진룸의 온도가 섭씨 45도가 넘는 고온 조건에서 EGR 작동이 멈췄지만 캐시카이의 경우 35도만 돼도 작동이 멈추면서 배기가스를 과다 배출했다"면서 "이는 국내 인증 검사 통과를 위해 배기가스 저감장치를 임의로 조작한 것으로 폴크스바겐의 '디젤 게이트'와 비슷한 사례"라고 말했다. 환경부는 이번에 적발한 유로6 캐시카이에 이어 2014년부터 국내 판매된 유로5 기준 캐시카이 차량 1900여대에 대해서도 추가 조사에 나설 계획이다.

[디젤자동차란 무엇인가]

[[키워드 정보] 클린디젤이란?]

이번 조사에서 인증 기준 대비 질소산화물을 최소 1.6배 이상 과다 배출한 다른 18개 차종도 에어컨 가동 등 특정 조건에서 EGR 작동이 멈추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 때문에 르노삼성의 QM3는 인증 기준 대비 17배 많은 질소산화물을 배출했고, 캐시카이와 QM3를 제외한 18개 차종의 평균 배출량도 인증 기준 대비 6배 수준에 달한 것으로 조사됐다〈표〉. 환경부는 이와 관련, 캐시카이를 제외한 나머지 차종은 현행법상 금지하고 있는 '임의 설정(defeat device)'은 아니라는 결론을 내리면서도 QM3에 대해선 자발적 리콜 등 개선 대책을 요구하고, "나머지 기준 초과 차량에 대해서도 제조사에 자발적 리콜을 요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제작사들은 "불법 아니다"

대부분 자동차 업체는 환경부 발표에 대해 "수용한다"고 하면서도 "현행법상 불법이 아닌데 마치 불법으로 비치는 것은 안타깝다"는 반응을 내놨다. 한국닛산은 "과거는 물론 지금까지도 제조하는 어떠한 차량에도 불법적인 조작 및 임의 설정 장치를 사용한 적이 없다"면서도 "향후 환경부에 적극 협조하며 이번 사안을 원만히 해결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닛산 관계자는 "유럽 모든 국가에서도 유로6 인증을 충족했듯 한국에서도 우리는 적법한 인증 절차를 통과해 시판했다"면서 "기술적인 기준치가 낮은 것을 마치 의도적인 불법으로 지정한 데 대해서는 소명(疏明) 기간을 통해 환경부와 협의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QM3에 대해 '권고' 지적을 받은 르노삼성 측 역시 "최근에 환경부 조사와 동일한 기준으로 외부 기관에 의뢰한 결과 기준 대비 7배를 초과해 이번 조사 결과(17배)와 큰 차이를 보였다"면서 "우리는 한국 정부가 제시한 기존 방침대로 내년 9월부터 신차에 대해, 2019년 9월까지는 기존 판매 차량에 대해 실외 배기가스 배출 기준치를 충족시켜 나가는 작업을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유로6, 유로5

유럽연합(EU)의 디젤차 배기가스 배출 기준. 질소산화물의 경우 유로6 기준은 ‘1㎞ 주행 시 0.080g 이하’로 유로5 (0.18g 이하)보다 엄격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