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여년 필기구 제조 외길 인생을 걸어온 고홍명(91) 한국빠이롯트만년필 회장이 15일 별세했다.

1925년 개성에서 태어난 고 회장은 일본 메이지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6·25전쟁이 발발하자 자원 입대해 수도사단에서 2년간 중위로 근무했다. 1954년 신화사를 설립하며 문구류 사업을 시작했다. 1962년에는 한국빠이롯트만년필을 창업해 처음으로 국산 만년필을 선보였다. 빠이롯트 제품은 당시 만년필의 대명사로 불리며 큰 인기를 끌었다. 이석배 한국빠이롯트만년필 전무는 "고인은 기업의 전문성을 입버릇처럼 강조하며 만년필을 중심으로 잉크, 볼펜 등 필기구 관련 사업에 전념했다"고 말했다.

개성상인의 전통을 이어받은 고 회장은 현금을 중시하고 빚을 지지 않는 경영 철학을 실천했다. 풍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은행주를 매입해 주주 자격으로 조흥·상업·제일·한일·서울 등 5대 시중 은행 비상임이사에 오르며 시장의 큰손으로 꼽히기도 했다.

1976년 한양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고 한국경제학회 회원으로 활동했다. 한·태국 경제협력위원회 상임위원과 안양대 명예교수도 역임했다. 1981년 석탑산업훈장을 받았다.

빈소는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 유족으로는 석주·석자씨 등 2녀가 있다. 발인은 18일 오전 7시 30분. (02)2258-59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