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감 중인 기업인들로부터 보석(保釋)이나 집행유예 석방을 조건으로 100억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부장판사 출신 최유정(46) 변호사는 사법연수원 동기(同期)이거나 고교 동문 등 개인적 연고(緣故) 관계가 있는 판사들이 담당한 사건을 집중적으로 수임한 것으로 드러났다.
본지가 최 변호사가 2014년 12월 개인 사무소를 차린 이후 수임한 형사사건 26건을 분석한 결과 이 중 11건은 최 변호사와 사법연수원 동기(27기·1998년 수료)가 재판장이나 배석판사로 재판한 사건이었고, 1건은 그의 고교 선배가 재판장을 맡은 사건이었다.
이에 따라 최 변호사가 현직 판사들과의 친분을 팔거나 '전관예우'를 받을 수 있다고 적극적으로 선전해 사건을 수임한 게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실제 최 변호사가 50억원을 받고 2심 재판을 맡았던 유사 수신 업체 이숨투자자문 소유주 송모(40)씨의 구치소 접견록에 따르면 송씨가 지인에게 "'형사○부, △부, □부로 사건이 배당되면 보석은 뺄 수 있다'고 최 변호사가 얘기했다"고 말하는 대목이 나온다.
최 변호사는 연수원 동기나 고교 선배가 재판한 사건 12건 중 절반인 6건에서 감형(減刑) 또는 무죄판결을 받아냈다. 모두 2심 사건이었는데, 나머지 6건에선 1심과 같은 결과가 나왔다. 최 변호사는 보이스피싱 사기를 벌여 5억7000여만원을 가로챈 혐의로 1심에서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받은 조모(31)씨의 2심을 맡아 징역 2년6개월로 감형을 받아냈다. 배임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았던 전 경기도시공사 관계자는 최 변호사가 변론을 맡은 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 밖에 최 변호사는 연수원 동기가 재판을 맡은 변호사법 위반, 유사 수신 사기, 뇌물 수수 사건 등에서도 의뢰인에게 유리한 판결을 이끌어냈다. 최 변호사는 그의 고교 선배가 재판장으로 있는 재판부가 담당한 복모(36)씨의 유흥주점 여종업원 폭행 사건 2심에서도 실형이 선고됐던 1심과 달리 집행유예 판결을 받아냈다.
최 변호사와 연고가 있는 재판부들이 최 변호사가 맡은 사건에 대해 감형 등 유리한 판결을 한 것이 반드시 개인적 친분이나 '전관예우' 때문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전관 출신 변호사가 개인적 인연이 있는 재판부의 사건을 집중적으로 수임하고, 그 사건에서 유리한 결과가 나왔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의심을 살 수 있는 게 우리 법원을 둘러싼 현실이다.
이 때문에 법관들이 좀 더 적극적으로 '사건 회피'를 하도록 제도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부는 지난해 8월부터 연고 관계가 있는 변호사가 수임한 사건에 대해서는 판사 스스로 사건 재배당을 요구하도록 하는 지침을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다른 법원들은 지침을 시행하지 않고 있는 데다 서울중앙지법의 '사건 재배당 지침'도 의무 사항이 아닌 자율에 맡겨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