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 '깜짝 우승'한 신예인 줄 알았더니 준비된 스타였다.

왕정훈(21)이 15일 막을 내린 유럽프로골프 투어 아프라시아 뱅크 모리셔스 오픈(아프리카 동쪽 섬나라 모리셔스 개최)에서 6언더파 282타로 우승했다. 지난 9일 하산 2세 트로피 대회(모로코)에서 생애 첫 유럽 투어 우승을 차지한 데 이어 2주 연속 우승이다.

바다의 왕자? 일주일에 하나씩 우승컵 들었네 - 이 선수의 얼굴이 낯설다면 이제 기억해둘 필요가 있다. 15일 아시아인 최초로 유럽프로골프 투어 2주 연속 우승을 차지한 왕정훈이다. 그는 아프라시아 뱅크 모리셔스 오픈 우승 직후 거대한 트로피를 들고 코스에 인접한 인도양으로 걸어 들어갔다. 무릎까지 물에 잠긴 왕정훈은 환하게 웃었다.

왕정훈은 이로써 여러 기록을 보유하게 됐다. 그는 역대 최연소로 유럽 투어에서 2주 연속 우승을 기록한 선수가 됐다. 아시아인 최초의 2연속 우승 기록도 세웠다. 한국 선수가 유럽 투어에서 2승 이상을 거둔 건 양용은에 이어 그가 두 번째다.

지난주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극적인 역전 우승이었다. 왕정훈은 시디커 라만(방글라데시)에 한 타 뒤진 단독 2위로 마지막 4라운드를 출발했다. 15번홀까지 라만에 3타가 뒤져 패색이 짙었다. 하지만 라만이 파4 홀인 16번홀과 17번홀에서 각각 더블 보기, 보기를 기록하며 기회가 생겼다. 왕정훈은 16, 17번홀에서 침착하게 파를 잡아 동타를 만든 뒤 18번홀(파5)에 나섰다.

18번홀은 누가 멘털이 강한지 겨루는 무대였다. 라만은 왕정훈보다 나이가 열한 살 많지만 멘털에서는 왕정훈이 '형님'이었다. 두 선수 모두 두 번째 샷을 그린에 올리는 데 실패했다. 하지만 왕정훈은 벙커샷을 홀 1m 정도에 붙인 반면 라만은 그린 옆 러프에서 시도한 칩샷이 홀컵을 지나쳐 2.5m를 더 굴렀다. 결국 라만은 버디 퍼트를 놓쳤고, 왕정훈은 침착하게 버디 퍼트를 성공해 역전 우승을 완성했다.

지난주 우승 당시 왕정훈은 본지 인터뷰에서 "저와는 상관없는 일이라 생각했는데, 이제 올림픽에 나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데요"라고 했다. 그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유럽프로골프 투어 홈페이지는 왕정훈이 이번 대회 우승으로 70위 안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했다. 2장 주어지는 리우 티켓을 놓고 왕정훈은 안병훈(24위), 김경태(43위), 이수민(68위)과 경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