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12일(현지 시각) 루마니아에서 '미사일 방어(MD)' 체계를 가동함에 따라 유럽은 육상·해상을 아우르는 통합 MD 시대에 접어들었다. 오는 2018년 폴란드 MD 기지가 추가 완공되고, 독일에 들어서는 지휘통제센터가 유럽 전역의 MD 체계를 지휘하면 나토의 유럽 MD 체계는 완성된다. 미국·일본이 이지스 구축함을 주축으로 해상 MD 체계를 갖춘 동북아시아 지역보다 차원 높은 방어망을 확보하게 되는 것이다.

◇완성 단계 접어든 유럽 MD 체계

초기 유럽 MD 체계 구상은 폴란드·체코에 요격미사일 발사 기지와 레이더 기지를 설립하는 것이었다. 목적도 이란의 핵·미사일 방어였다. 2009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폴란드·체코에 MD 구축 계획을 폐기한다"고 발표했다. 핵무기 감축을 최대 업적으로 삼으려는 오바마 대통령이 러시아 등의 반발을 무마하려고 한발 물러선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러시아가 이란 핵개발을 막아주면 동유럽 MD를 철회하겠다"고도 했다.

미국·나토의 유럽 미사일 방어망

이 흐름은 오래가지 않았다. 2010년대 들어 MD 구축에 다시 시동이 걸렸다. 2012년 미국·나토 정상회의가 '유럽 미사일 방어 시스템 4단계 조치' 본격 착수를 발표했다. 1단계로 터키에 탐지 거리 1800㎞ 이상의 X밴드 레이더 설치 및 스페인에 이지스함 배치, 2단계 루마니아 MD 구축, 3단계 폴란드 MD 구축, 4단계 미국 본토 겨냥 탄도미사일 요격 시스템 완성 등이었다. 이란이 핵·탄도미사일 개발을 계속하고, 러시아가 풍부한 오일 달러를 배경으로 '강한 러시아'를 추구하면서 서방의 불안감이 커졌다.

◇러시아·서방 갈등 격화… "新냉전시대"

미국·나토는 줄곧 유럽 MD 목적이 이란 등에서 발사되는 탄도미사일 방어라고 주장한다. 슈톨텐베르크 나토 사무총장은 "요격 미사일은 숫자도 적고, 러시아에 너무 가까워 러시아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요격할 수 없다"며 "러시아도 이 사실을 잘 알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블라디미르 코모예도프 러시아 하원 국방위원장은 이날 "서방 MD는 100%, 200%가 아니라 1000% 러시아를 겨냥한 것"이라고 했다.

외신들은 서방과 러시아의 무력 충돌 우려도 제기한다. 지난 2014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합병 이후, 나토와 러시아 간 군비 경쟁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러시아는 지난 2013년 핵탄두 탑재가 가능한 사거리 500㎞ 이스칸데르 미사일을 전진 배치한 데 이어 최근 나토 접경 지역에 3개 사단을 추가 투입했다. 러시아 전투기가 미국·나토 전투기와 함정을 상대로 위협 비행을 하는 일도 잦아지고 있다.

미국도 올 초 유럽 내 군사 예산을 기존 7억8900만 달러에서 34억 달러(약 4조원)로 증액하고, 병력과 무기를 증파하고 있다. 영국은 신형 항공모함 2척과 전략 핵잠수함 도입을 주축으로 하는 전력 증강을 추진 중이고, 독일은 통일 이후 처음으로 병력을 18만5000명까지 늘리겠다고 선언했다. 폴란드에서는 지난 2008년 폐지한 징병제 부활 움직임도 있다.

양측은 대규모 군사훈련의 규모와 강도, 빈도도 높이고 있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총리는 "지금이 2016년인지 1962년인지 헷갈릴 때가 있다"며 "러시아와 서방 갈등으로 세계가 '신(新)냉전' 시대에 접어들었다"고 했다. 나토 측도 "우리는 충돌을 원하지 않지만, (러시아의 도발에) 대응은 확고히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