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마윈 알리바바 회장, 왕젠린 다롄완다 회장, 리옌훙 바이두 회장.

마윈(馬雲) 알리바바 회장 등 중국 재계 거물들과 공산당 고위 간부들의 신분증 번호(우리의 주민번호)와 주소 등 개인 정보 수십 건이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인 트위터에 대량 유출되는 사건이 일어났다. 대기업 회장과 당 고위 간부 등 사회 최고위층의 정보까지 거래되는 중국의 현실을 잘 보여주는 사건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3일 미국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Shenfenzheng'(중국어로 '신분증' 의미)이라는 트위터 아이디를 쓰는 한 네티즌이 지난 12일 마윈 회장과 중국 최고 갑부 왕젠린(王建林) 다롄완다 그룹 회장, 리옌훙(李彦宏) 바이두(百度) 회장 등 재계 총수들의 '신분증'(우리의 주민등록증) 번호와 주소, 학력, 결혼 여부 등 개인 정보를 줄줄이 트위터에 올렸다.

그는 "중국에서 개인 정보를 구하는 건 마치 채소를 사는 것처럼 쉽다"며 "중국인은 그가 아무리 지위가 높은 사람이라 해도 암거래를 통해 손쉽게 민감한 개인 정보를 구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겠다"고 썼다. 그러면서 정부와 은행, IT 부문 저명인사들의 개인 정보라며, 신분증 번호와 주소 등을 트위터에 올렸다.

레이쥔(雷軍) 샤오미(小米) 회장, 마화텅(馬化騰) 텐센트 회장 등 중국 IT 분야 스타 CEO 10여 명도 개인 정보가 공개됐다. 왕젠린 회장의 외아들인 왕쓰충의 개인 정보도 올라왔다. 유출된 정보에는 주요 성(省)의 성장(省長)급 인사 등 공산당 고위 간부도 다수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네티즌은 개인 정보를 모두 올린 뒤 "놀랐느냐? 내가 이렇게 하는 건 중국 정부로 하여금 보안 정책을 강화하도록 하고 개인 정보가 이렇게 쉽게 거래돼서는 안 된다는 걸 일깨우고 싶기 때문"이라고 썼다.

트위터 측은 12일 오후 즉각 해당 정보를 삭제하고 'Shenfenzheng'의 트위터 계정도 폐쇄했다. 블룸버그는 "확인 가능한 정보와 대조한 결과, 마윈과 왕젠린 부자의 정보 등 최소 두 건 이상이 진짜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알리바바와 바이두 등은 유출된 정보의 진위 여부를 묻는 말에 답변을 거부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우리나라로 치면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나 이재용 부회장을 비롯한 재벌 총수들과 그 자녀들의 정보가 줄줄이 공개된 셈이지만, 중국 매체들은 블룸버그통신의 보도를 단순히 인용해 보도하는 데 그쳤다. 홍콩 영자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인터넷에 대한 엄격한 통제와 감시에도 정보 유출이 만연해 있는 중국의 현실을 보여주는 사건"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