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장판사 출신 최유정(46) 변호사가 구속 상태로 재판받는 기업인들을 보석(保釋)과 집행유예로 빼주겠다며 100억원을 받은 혐의(변호사법 위반)로 구속되면서 그가 실제 재판부를 상대로 로비를 했는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검찰도 이를 규명할 방침이다.

최 변호사는 상습 도박 혐의로 기소된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와 106억원 유사 수신 사기 혐의를 받은 이숨투자자문 소유주 송모(40)씨의 2심 재판 때 변호인을 맡으면서 각각 50억원씩을 받거나 받기로 약속했다. 이 중 정 대표 사건의 경우 올 2월 보석은 기각되고 실형(징역 8개월)이 선고되면서 설령 로비가 있었다고 해도 결과적으로 실패한 셈이 됐다. 이번 사건이 불거진 것도 '보석으로 빼내주겠다'던 최 변호사의 말이 거짓이라고 여긴 정씨가 변호사비를 돌려달라고 요구하면서였다.

반면 이숨투자자문 송씨 사건의 경우 1심에서 징역 4년 실형을 선고받았던 송씨는 집행유예로 감형됐다. 이 때문에 최 변호사 측의 로비가 통한 게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2013년 10월 구속 기소된 송씨는 1심 재판을 받다가 보석으로 풀려났지만 작년 8월 징역 4년의 실형을 선고받아 법정 구속됐다. 이에 송씨가 새로 선임한 것이 바로 최유정 변호사다. 2년 가까이 진행된 1심과 달리 2심은 불과 두 달도 안 돼 끝났다. 재판은 9월에 딱 한 번 열렸고, 송씨는 10월 초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았다. 2심 재판부가 집행유예를 선고한 이유는 '잘못을 깊이 뉘우치고 있고, 피해 대부분이 회복됐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송씨는 이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두 건의 또 다른 사기 사건으로 수사와 재판을 받고 있었다. 검찰은 송씨를 1400억원대 사기 혐의로 수사 중이었고, 법원은 그가 2011년 저지른 10억원대 사기 사건에 대해 징역 1년 2개월을 선고했다. '1400억 사기 사건' 피해자들은 2심 재판부에 "송씨는 사기 전과가 여러 번 있기 때문에 절대 집행유예로 풀어주면 안 된다"고 탄원서까지 냈다. 상황이 이런데도 재판부는 송씨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했고 송씨는 집행유예 판결을 받던 바로 그날 1400억 사기 혐의로 다시 검찰에 체포됐다.

최 변호사가 2심 재판부에 로비를 했다는 증거가 공개된 적은 없다. 그러나 최 변호사는 나중에 송씨가 '1400억 사건'으로도 기소되자 담당 재판장에게 전화를 걸어 선처를 호소한 사실이 드러났다.

송씨에게 피해를 입은 사람들을 대리한 김모 변호사는 "당시 최 변호사가 집행유예를 예견하지 않았다면 변호인으로서 할 수 없는 행동들을 많이 했다"며 "집행유예 선고는 정말 충격적이었다"고 했다. 이에 대해 해당 재판장은 "사건 기록을 충분히 보고 판단했고, 판결문에 이유를 모두 적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