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정부 상징, 디자이너 김현, 2016년

대한민국 정부 상징 디자인의 변화에서 정(正)―반(反)―합(合)의 원리가 엿보인다. 획일화에서 다양화를 거쳐 통합되고 있기 때문이다. 1949년 처음 제정된 행정부의 상징은 국화인 무궁화 문양의 가운데에 해당 부처의 이름을 표기해 정부다운 일관성은 있었으나 획일적이었다. 문민 정부 시절인 1997년부터 행정기관이 제각기 다른 상징 디자인을 도입하면서 점차 정부의 정체성이 사라졌으며 혼란스럽다는 여론이 높아졌다. 그런 폐단을 해소하려고 2009년 국가브랜드위원회가 정부 상징 마크 공모전을 통해 새로운 정부 로고를 선정하려 했으나 결실을 거두지 못했다. 2016년 3월 새로 제정된 상징은 현대적으로 재구성된 태극 문양과 훈민정음 서체로 750여 개 중앙행정기관과 산하기관의 이름을 상하 또는 좌우로 병기하는 방식으로 통합하되, 국방부와 경찰청 등은 기존 상징을 유지한다.

2015년 5월 공개 경쟁을 거쳐 새로운 상징 디자인의 중책을 맡은 그래픽 디자이너 김현씨는 태극 문양의 가운데에 흰색 소용돌이(巴)를 추가해 맞물려 돌아가는 역동성이 두드러지게 했다. 진한 청색과 흰색 소용돌이에 가늘고 긴 빨강 띠가 가세해 생동감이 더욱 크게 느껴진다. 태극 문양과 훈민정음 서체라는 전통적인 조형 요소의 조화로 온고지신(溫故知新)의 세련미가 돋보인다. 이제 이 상징 체계를 제대로 활용하게 되면 그간의 시각적 혼란을 말끔히 털어 내고 대한민국 정부다운 정체성이 형성될 수 있는 기틀이 마련될 것이다. 하지만 프랑스가 공무 수행의 자부심을 고취하기 위해 중앙정부의 정체성을 엄격하게 관리한 것처럼, 대한민국 정부도 새로 도입된 상징 디자인의 활용 규정과 지침에 따라 제대로 지켜야 한다. 만일 여러 부처가 관련 규정을 어기면 어렵사리 마련된 통합 상징 디자인의 취지가 퇴색될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