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 출신 김모 변호사는 최근 부장판사 출신 최유정(46) 변호사가 법조 비리에 연루돼 수사받은 걸 보면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남의 일 같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법조계에서는 최 변호사가 수사받게 된 건 결국 브로커와의 '잘못된 만남' 때문이라는 말이 나온다. 최 변호사는 2014년 말 대형 로펌에서 나온 뒤 브로커 이모(44·도피 중)씨를 만나게 됐다. 이씨는 최 변호사에게 유사 수신 사기 혐의로 재판을 받던 송모씨를 소개했다. 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았던 송씨는 최 변호사가 2심 변호를 맡은 뒤 집행유예로 감옥에서 나오게 되자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에게 최 변호사를 소개했다.

김 변호사도 법원을 나와 변호사로 개업할 때 법조 브로커의 유혹을 받은 적이 있다. 당시 브로커는 "사건은 얼마든지 가져오겠으니 소개비로 30%만 주면 된다. 돈 버는 건 시간문제"라며 접근했다고 한다. 김 변호사는 "아무래도 찜찜해 거절했는데 개업 후 기대만큼 돈은 못 벌었어도 마음은 편하다"고 했다. 법조 브로커들은 보통 매년 2월 있는 법원·검찰의 인사가 있기 수개월 전부터 사표를 낼 것으로 예상되는 판검사들에게 접근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법조 브로커들은 "요즘 잘나가는 고법부장 출신 변호사, 검사장 출신 변호사도 내가 모셨다(사건을 소개해줬다)"며 '경력'을 자랑하곤 한다. 이들은 학연·지연 등 자신과 조금의 연결고리만 있으면 동창회·송년회 모임에 참석해 판검사들과 안면(顔面)을 트고 접근한다. 법조계 관계자는 "모임에 나가 보면 '후배님' '선배님' 하면서 옆에 착 달라붙어 앉아 과도한 친근감을 표시하는 사람들이 간혹 있는데, 이런 사람들이 대부분 브로커"라며 "브로커들 가운데는 정말 판검사들과 '형님, 동생' 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그냥 모임에서 한두 번 스친 정도의 인연을 과장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브로커들에게 최고급 외제차는 필수품으로 통한다. 정운호 대표 도박 사건 2심을 담당한 재판장을 만나 선처 로비를 시도한 브로커 이모(56·수배 중)씨도 롤스로이스, 벤틀리 같은 외제차를 번갈아 가며 타고 다닌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