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말을 앞세워 대권을 거머쥐는 데 성공한 로드리고 두테르테〈사진〉 필리핀 대통령 당선인이 바티칸에 가서 교황에게 사죄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두테르테는 작년 1월 프란치스코 교황의 필리핀 방문 당시 도로 통제로 인해 교통 체증이 빚어지자 "(교황 때문에) 도로 위에 5시간 갇혀 있었다. 개XX, 집으로 돌아가라"고 막말을 해 논란을 빚었다.

['필리핀의 트럼프' 대선 70년만의 최대 파란]

['평화의 상징' 프란치스코 교황은 누구?]

12일 AFP통신에 따르면 두테르테의 대변인 피터 라비냐는 "두테르테는 교황에게 경의를 표하고, (막말에 대한) 용서를 구하기 위해 바티칸을 찾을 것"이라고 했다. 구체적인 방문 시기를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바티칸 방문을) 취임 후 최우선 순위에 두겠다"고 했다.

필리핀은 전체 인구의 83% 정도가 가톨릭 신자다. 두테르테는 가톨릭계가 교황에 대한 막말에 반발하자 작년 12월 "다시는 막말을 하지 않겠다. 막말을 한 번 할 때마다 카리타스(가톨릭계 구호단체)에 1000페소(약 2만5000원)를 기부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이후에도 막말은 계속됐다.

두테르테 측은 취임 후 외교 정책과 관련해서도 "미국·중국·일본과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이 국가들을 방문하겠다"고 했다. 대선 과정에서 자신을 비판하는 미국·호주 대사를 향해 "입 닥쳐라. 대통령이 되면 (외교) 관계를 끊자"고 했던 것과 딴판이다. 이에 대해 라비냐 대변인은 "두테르테가 막말과 모욕을 한 것은 유권자의 관심을 끌기 위해서였다"며 "대통령 취임 후에는 더욱 온건한 태도를 보일 것"이라고 했다. 일부러 유권자의 분노를 자극하는 '막말 쇼'를 했다고 인정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