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이원석)는 12일 보석(保釋)이나 집행유예를 받아내 주겠다며 정운호(51·수감 중)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와 유사수신업체인 이숨투자자문 실소유주 송모(40)씨로부터 100억원을 받거나 요구한 혐의로 최유정(46) 변호사를 구속했다.

서울중앙지법은 “범죄 혐의가 중대하고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있다”며 전날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부장판사 출신인 최 변호사는 이날 영장실질심사를 포기했다. 최 변호사는 검찰의 압수·수색에 앞서 전문 업체를 동원해 사무실 컴퓨터 하드디스크에 있는 내용을 삭제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최 변호사가 올 2월 정 대표의 해외 도박 사건 2심 변호를 맡으면서 받은 수임료 20억원, 보석 석방이 되면 받기로 한 30억원은 정상적인 변호사비가 아니라 ‘재판부에 로비하겠다’는 명목으로 받은 불법 자금이라는 입장이다.

최 변호사는 또 지난해 9월 106억원가량의 투자금을 허가 없이 끌어모은 혐의로 2심 재판을 받던 송씨에게 ‘집행유예를 받아주겠다’는 명목 등으로 50억원을 수수한 혐의도 받고 있다. 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았던 송씨는 2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검찰은 앞으로 최 변호사가 실제로 재판부에 로비했는지 등을 수사할 방침이다. 검찰은 정 대표가 2014년과 2015년 경찰과 검찰에서 3차례 해외 도박 혐의를 수사받을 때 변호인이었던 검사장 출신 홍만표(57) 변호사 수사와 관련해서는 “그동안 홍 변호사에 대해 제기된 의혹 모두가 수사 대상”이라고 했다.

한편 2심에서 징역 8개월 실형을 선고받은 정 대표는 이날 대법원에 상고취하서를 제출했다. 다음 달 5일 형기(刑期)가 끝나 출소할 예정이어서 재판을 해도 실익이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