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 대통령 후보로 확실시되는 부동산 재벌 도널드 트럼프가 급속하게 당을 ‘접수’하고 있다. ‘반(反)트럼프’ 입장이었던 당의 일인자 폴 라이언 연방하원 의장이 사실상 트럼프 지지를 선언했고, ‘트럼프 불가(不可)’를 외쳤던 마코 루비오(플로리다) 연방상원 의원도 같은 편에 섰다. 이런 흐름에 힘입어 로이터통신이 여론조사기관 입소스와 함께 한 조사(5월 6~10일, 1289명 대상)에서는 민주당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을 40%대 41%로, 1%포인트 차로 따라잡았다.
라이언 의장은 11일(현지 시각) 당 소속 연방하원 의원들과 만난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11월 대선에서 힐러리를 꺾으려면 당이 단합해야 한다”며 당의 통합을 강조했다. 그는 전날 월스트리트저널(WSJ) 인터뷰에서도 “쪼개진 당의 상태를 알면서 화합한 척해서는 안 된다. 화합된 것처럼 시늉하지 않고 실제로 화합해야 한다”며 12일 트럼프와의 회동을 당 화합의 계기로 삼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라이언 의장의 유화 제스처는 같은 당 의원들의 압박과도 관련이 있다. CNN 등은 “상당수 의원들이 라이언 의장을 만난 자리에서 ‘트럼프에 대해 걱정이 많지만, 힐러리가 대통령이 되는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해 트럼프를 지지한다’면서 그에게 대승적 차원에서 트럼프를 지지할 것을 촉구했다”고 보도했다. 한때 라이언 의장을 대통령 후보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 의장 자리에서 끌어내리겠다고 했던 트럼프도 “그가 남아 있으면 좋겠다”고 화답하는 등 훈풍이 불고 있다.
트럼프를 ‘사기꾼’이라고 비판했던 마르코 루비오는 NBC 방송 인터뷰에서 트럼프가 대통령 후보가 된 현실을 거론하면서 “나는 힐러리가 승리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 현재로서는 트럼프가 유일한 선택지”라며 “경선 과정에서 우리 당 후보를 지지할 것이라고 약속했고, 그것을 지킬 것”이라고 했다.
한편 온라인 매체인 뉴스맥스는 “트럼프가 부통령 후보로 뉴트 깅리치 전 연방하원 의장을 1순위로 고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뉴스맥스는 트럼프의 한 측근을 인용해 “깅리치 전 의장이 정치 초보자인 트럼프에게 입법 수업을 해주었고, 의회와 우호적 관계 형성을 도울 수 있는 최적의 인물로 보고 있다”고 했다. 깅리치는 공화당 경선 초기, 트럼프에게 밥 리빙스턴 전 하원 예산위원장 등 워싱턴 주류 측 인사와 만나게 하는 등 도움을 준 인연이 있다. 앞서 트럼프는 10일 AP 통신 인터뷰에서 “부통령 후보군을 5~6명으로 좁혔다”며 “워싱턴 DC 정치권과 통하고 입법을 도울 수 있는 부통령을 원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