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정책 라인에 다양한 경력과 연령대의 인사들을 배치하며 과거와 다른 진용을 선보이고 있다. 특정 계파나 운동권 중심의 인사(人事)로 편중 논란이 일었던 과거와는 다른 모습이다. 그러나 9월 정식 지도부 출범 전까지의 한시적 체제일 뿐이란 분석도 나온다.

◇정통부, 기재부, 검찰 출신

김종인 대표는 11일 정책위의장에 4선의 변재일(충북 청원·사진) 의원을 임명했다. 3선의 우상호 원내대표와 비교했을 때 정보통신부 차관 출신인 4선 의원 정책위의장 카드는 이례적이다. 김 대표는 기재부 차관을 지낸 새누리당 김광림 정책위의장을 염두에 두고 변재일 정책위의장을 지명했다고 한다. 김 대표는 "우리도 정부와 국회 경험을 골고루 갖춘 중량감 있는 인사로 대응해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민주는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이 러닝 메이트로 출마하는 새누리당과 달리 당대표와 원내대표가 정책위의장을 협의해 결정한다. 문재인 대표, 이종걸 원내대표 체제에선 강기정·최재천·이목희 의원이 정책위의장을 지냈다. 강 의원은 학생운동, 최 의원은 민변, 이 의원은 노동운동 출신으로 관료 출신은 없었다.

변 정책위의장은 이날 기자들에게 "이번 총선은 싸우지 말고 민생 경제를 살려 달라는 국민적 요구가 결과로 나타난 것"이라며 "경제 회복과 민생 경제 활성화에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다른 정치적 현안이나 대여(對與) 정치 공격은 하지 않았다. 변 정책위의장은 김한길 전 대표와 가까운 비주류에 속한다.

정책위부의장에도 야당으로선 이례적으로 정부 경험이 있는 인사들이 대거 배치됐다. 정책위 수석부의장인 한국노총 출신의 한정애(재선) 의원을 제외하면 김정우(재정)·표창원(안전)·금태섭(법조)·최운열(경제) 당선자와 김종대 전 건강보험공단 이사장(건보체제 개편) 등 분야별 정책위부의장들은 공직이나 학계 경력을 갖고 있다. 김정우·표창원·금태섭 정책위부의장은 각각 기재부, 경찰, 검찰 출신이고 최운열 부의장은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 출신이다. 야당 핵심 관계자는 "정부에서 실무 경험이 있는 인사들을 가급적 정책 라인에 배치했다"고 말했다.

김종인(맨 오른쪽)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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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부터 70대까지

더민주의 주요 지도부 인사에선 세대별 안배도 눈에 띈다. 70대의 김종인 대표와 50대의 우상호 원내대표 사이에 60대 후반의 변재일 정책위의장이 균형을 맞춘 모양새가 됐다. 이념 성향으로도 보수적인 당대표에 진보 성향 원내대표, 그리고 중도 보수 성향의 정책위의장을 배치했다. 정책위부의장 중 김정우(48)·금태섭(49) 당선자는 40대이며 한정애(51)·표창원(50) 당선자는 50대, 최운열(66) 당선자는 60대다. 이처럼 성향과 연령대가 고르게 배치된 것을 두고 야당 내부에서는 "무슨 정부 내각 인사처럼 다양한 요소를 고려하고 안배한 것 같다"는 평가가 나왔다. 그러나 이런 안배 인사는 잘못 운용하면 정책적으로 '잡탕'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9월까지 한시 체제?

우상호 원내대표는 당선 직후부터 경제 분야에선 김종인 대표, 전문가 그룹과 함께할 뜻을 밝혔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정책위의장단 인사는 우 원내대표의 뜻과도 맞는다. 정장선 총무본부장은 "정부 경험이 많은 김종인 대표의 인사 선호도가 반영된 것 같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정책위의장단을 구조조정을 눈앞에 둔 기업체 등 현장에 직접 파견하는 '현장 정책위'로 만들 구상이다. 그러나 이런 정책과 전문가 중심 정책 라인의 임기는 한시적일 수 있다. 9월 전당대회에서 '김종인 체제'가 끝나고 정식 당대표가 선출되면 새 당대표 뜻에 따라 정책위의장단에 변화가 생길 수 있다. 특히 내년 대선 후보 경선을 앞두고 과거처럼 특정 계파 중심으로 핵심 당직 인사가 바뀔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됐다. 그러나 야당 관계자는 "원내 1당이 됐는데도 과거 운동권 정당식 운영을 고집한다면 국민의 엄정한 심판을 받게 될 것"이라며 "새 당대표가 마음대로 인사를 되돌리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