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일본 히로시마(廣島) 방문 계획을 1면에 대서특필한 11일 자 일본 주요 신문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누구?]

[일본 언론 "아베 총리, 진주만 방문 검토"]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오는 27일 히로시마(廣島)를 방문하기로 하면서 일본 정부 내에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하와이 진주만을 방문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11일 보도했다. 오는 11월 17~19일 페루 수도 리마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석하는 길에 하와이에 들르는 방안이 유력하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진주만 방문을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며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일본 전문가들 사이에선 "양국 정부가 구체적인 협의에 들어가지 않았다는 뜻일 뿐, 상당히 가능성 높은 시나리오"라는 해석이 나온다.

일본에서는 오래전부터 "미국 대통령과 일본 총리가 히로시마와 진주만을 교차 방문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돼 왔다. 아베 총리가 지난해 4월 방미 때 진주만을 들르는 방안을 검토하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입장에서는 아베 총리가 진주만을 방문하면 "전쟁을 일으킨 건 일본인데, 일본 총리가 진주만에 가기 전에 미국 대통령이 먼저 히로시마에 갔다"는 미국 국내의 일부 비판적 여론을 잠재울 수 있는 효과가 있다. 일본으로서도 국제사회를 향해 "일본이 전쟁 책임까지 부정하려는 것은 아니다"는 점을 다시 한 번 강조할 기회가 된다.

니혼게이자이는 "오바마 대통령과 아베 총리가 히로시마와 진주만을 교차 방문하게 되면, 미·일 양국은 '2차 대전 승전국과 패전국'이라는 적대 구도를 넘어 한층 공고한 동맹 관계를 구축했음을 내외에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미·일 양국은 현재 오바마 대통령의 히로시마 방문 세부 일정을 조정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교도통신 등에 따르면, 오바마 대통령은 26일 일본 휴양지 이세시마에서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참석한 뒤 27일 히로시마로 이동해 평화기념공원에 헌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때 핵 군축에 대한 연설을 하거나 성명을 발표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조시 어니스트 백악관 대변인은 오바마 대통령의 히로시마 방문이 과거 원폭 투하에 대한 사죄라고 해석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선을 그었다. 벤 로즈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부보좌관도 "핵무기 없는 세계를 추구하는 미국 정부의 지속적 노력과 오바마 대통령의 개인적 노력을 재확인하는 방문이 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