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軍) 당국이 최신예 K-2 '흑표'〈사진〉 전차를 100여대 추가 생산해 최전방 지역에 배치하기로 한 것으로 11일 확인됐다. 군은 원래 K-2 전차를 200대만 생산하기로 했는데, 목표 대수의 50%를 더 늘리기로 한 것이다. 최근 북한군이 신형 전차를 투입하며 기갑 전력(戰力)을 대폭 강화한 데 대응하기 위한 조치다. K-2 전차의 대당 가격은 약 80억원인 만큼 100여대를 더 생산하려면 8000억원 이상의 예산이 투입되는 대규모 사업이다.

군 소식통은 이날 "전방 지역의 기갑 전력을 증강할 필요가 생겨 K-2 전차를 100여대 더 생산하기로 최근 결정했다"며 "이 같은 조치는 '선군호' 등 북한군 신형 전차가 계속 양산 배치되고 있고, 흑표 전차의 국산 파워팩(엔진+변속기) 결함 문제가 해소된 데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군 당국은 지난 2012~2013년 북한군 열병식에서 '선군호' '폭풍호' 등 북한산 신형 전차들이 대거 등장한 뒤 북한의 전차 위협에 대한 재평가 작업을 해왔으며 그 대책 중 하나로 흑표 추가 양산을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북한군 전차는 4300여대, 한국군 전차는 2400여대로 수적(數的)으로는 북한이 1.8배 우위에 있다. 북한군이 '선군호' 등 신형 전차를 내놓기 전에는 우리 군의 K-1 및 K-1A1 전차가 북한의 구형 전차보다 성능이 뛰어나 수적 열세를 어느 정도 만회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그러나 북한이 최근 신형인 '선군호' '폭풍호' 전차 수백대를 실전 배치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상황이 달라졌다는 것이 군의 주장이다.

북한이 2013년 7월 대규모 열병식에서 처음 공개한 선군호는 구경 125㎜ 주포와 적외선 야간투시 장비, 레이저 거리 측정기, 컴퓨터 사격 통제 장치 등을 갖춰 종전 북한군 전차에 비해 주·야간 작전 능력이 크게 향상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AT-4 대(對)전차미사일 또는 SA-16 단거리 대공미사일까지 장착해 공격력을 강화했다. 군 관계자는 "국산 신형 대전차미사일인 '현궁' 정도만이 선군호 전차를 파괴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고 말했다.

우리 군에도 K-1A1과 K-2(흑표) 전차가 계속 배치되고 있지만 구형 M-48 계열 전차가 아직도 700여대나 남아 있다. 구형 M-48은 90㎜ 또는 105㎜ 주포로 무장하고 있어 북한 최신 전차보다 성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육군은 앞으로 최전방 지역에는 국산 흑표 전차와 K-1 계열 전차만 배치하겠다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최신형 흑표 전차는 서부 전선에 집중 배치할 것으로 알려졌다. 유사시 북한 기계화부대 등의 주요 남침로를 차단하기 위해서다. 2014년 이후 실전 배치되고 있는 흑표 전차는 관통력이 뛰어난 120㎜ 주포를 탑재했다. 적의 대전차 미사일을 교란해 빗나가게 할 수 있고, 자동 사격 통제 장치도 갖춰 세계 정상급 전차로 평가됐다. 그러나 국산 파워팩 개발이 지연돼 1차 양산분 100대는 독일제 파워팩을 장착했고, 나머지 100대엔 국산 파워팩이 장착된다.

흑표 추가 양산 계획에 대해 일각에선 대(對)북한 기갑 전력에 대한 중복 투자이자 생산라인 중단 위기에 처한 방산업체를 살리기 위한 조치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육군은 올해부터 내년 말까지 '탱크 킬러'로 유명한 신형 아파치 헬기 36대(1조8000억원 규모)와 신형 대전차 미사일 '현궁'을 도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