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옹!" "마담 옹!" 지난달 17일 프랑스 파리의 테아트르 드 라 빌, 창극 '변강쇠 점 찍고 옹녀'(이하 '옹녀', 고선웅 작·연출, 한승석 작창) 공연이 끝난 뒤 평상복으로 갈아입고 극장을 나오는 김지숙(43)과 이소연(32)을 향해 파리 관객들이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다. 2014년 초연부터 3년째 주인공 옹녀 역을 맡고 있는 국립창극단 두 배우는 '유럽 공연의 심장부'라는 파리 관객들이 기립박수를 치게끔 홀리고 돌아왔다.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까, 야하다고 싫어하지는 않을까 걱정했는데 첫 장면 상부살 대목에서부터 웃음이 터지더라고요."(김지숙) "청각적으로 은근히 야하게 만든 작품이어서 고급스러운 느낌이 살았던 것 같아요."(이소연) 한국 해학(諧謔)의 힘이 두 배우를 통해 유럽 관객에게 제대로 전달된 셈이다.

국립극장 창극 ‘변강쇠 점 찍고 옹녀’에서 옹녀 역을 나눠 맡고 있는 김지숙(오른쪽)과 이소연.

'옹녀' 귀환 무대(22일까지 국립극장)에서 물 오른 연기를 보여주고 있는 이들은 국립창극단의 '중견'과 '신진'을 대표한다. 전북 익산 출신 김지숙은 열다섯 살 때 소리를 시작해 1997년 국립창극단에 들어가 '완판 심청전' '숙영낭자' 등에 출연했다. 광주(光州) 출신 이소연은 초등학교 5학년 때 소리를 좋아하는 부친이 붕어빵을 사주며 '한번 배워보라'고 권유한 게 창 입문 계기가 됐다. 2013년 입단해 '배비장전' 등에 나왔고 뮤지컬 '아리랑'에 출연해 애절한 창을 뽑아냈다.

창극으로는 최초의 18금(禁) 공연이라서 부담스러웠다. 이소연은 "변강쇠와 만나 몸이 딱 붙은 상태에서 연기하기가 쉽지 않았다"고 했다. '송아지 말뚝인지 털고삐를 둘렀구나/ 고뿔에 걸렸는가 마알간 콧물 찔끔하니 거 무슨 일인고'라며 변강쇠의 '거시기'를 묘사하는 대목도 민망했다. 첫 장면에서 아무 설명 없이 등장해 "옹녀 문안이요" 말하고, 2막에서 "아아 참 외로워라~ 칠야삼경 긴긴 밤을"이라고 노래하는 장면은 '청각적 섹시함'을 발휘해야 했다.

하지만 이 작품에서 옹녀는 그저 색녀(色女)는 아니다. 운명을 개척하는 현대적인 면모, 아이를 낳아 키우려는 생명력을 보여준다. 김지숙은 "옹녀가 변강쇠마저 잃는 장면에서 찢어지는 아픔을 느꼈다"고 했고, 이소연은 "남편이 도박을 못 하게 하려고 일부러 산에 들어가는 장면에서 마음이 애틋했다"고 했다. 이쯤 되면 생활력 강한 현모양처라 할 만하다.

'옹녀'는 2주 이상 장기 공연하는 첫 창극이다. 김지숙은 "보약에다 링거 주사까지 맞는다"고 말했고 이소연은 "잠하고 밥심으로 버틴다"고 했다. 젊은 관객까지 객석 연령대가 다양해졌다는 게 보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