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겨울, 엄마 되고 처음 '진로진학특강'이란 걸 들으러 갔습니다. 대입 전형이 3000가지가 넘고, 이를 뚫기 위해 엄마들이 펼치는 정보전쟁에 동참하지 않으면 자녀가 대학에 못간답니다. 전쟁터 구경도 할 겸 1만원 주고 현장 등록을 했습니다. 강의장 열기가 교회 부흥회보다 더 뜨겁더군요.
그날 목격한 장면이 '강남할배'들입니다. 엄마들 일색인 강의장 곳곳에 백발의 남자 어르신들이 앉아 계십니다. 펜으로 메모하기 힘드신지 스마트폰으로 강의 화면을 일일이 촬영하는 분도 있었지요. 자녀의 성공에 필요한 조건 중 하나가 할아버지 재력이라는 우스갯말 들어봤지만, 몸소 진학 특강장까지 출동하실 줄은 몰랐습니다.
세 시간짜리 강의를 머리가 팽팽돌 지경으로 듣고 나오는데 문득 의문이 듭니다. 이걸 왜 엄마가, 아니 할아버지까지 나서서 들어야 하는 거지? 이렇게 복잡한 전형을 만든 건 정부 당국인데, 그 상세한 설명을 정부가 안 하고 왜 사교육업체가 하는 거지? 대세라는 '학생부 종합전형'만 해도 변수가 수백 가지라 고딩 자식 둔 부모들은 이 화사한 봄날 밤잠을 설칩니다.
지난주 '더 테이블'과 인터뷰한 고려대 염재호 총장은 "입시지옥은 당신 마음에 있다"고 했습니다. 체면, 남들 시선은 과감히 뿌리치고 오직 내 아이 행복만 생각한다면 이 지옥 같은 레이스를 굳이 따르지 않아도 된다는 거죠. 그러려면 부모가 '멘탈갑'이 돼야 하고, 할아버지는 물론 온 가족의 전폭적인 지지가 필요합니다. 오늘 저녁 테이블에 시원한 오미자 주스 한 잔 올려놓고 '그 길'이 무엇인지 머리를 맞대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