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 서방, 애들은 강남에서 키워야 해. 그래야 집안 좋은 친구들 만나지."

여덟 살 딸, 여섯 살 아들을 둔 아빠 서진수(가명·46·대기업 팀장)씨는 장인어른과 아이 교육 때문에 몇 년째 신경전을 이어가고 있다. 서울 흑석동 사는 서씨에게 서초동 사는 장인이 틈만 나면 '강남 입성(入城)'을 권하기 때문이다.

진행=이제남 기자, 사진=한준호 기자, 모델=장용복·양석주, 스타일리스트=박송이. 헤어&메이크업=’바이라’ 도연 디자이너, 의상=조르지오 아르마니·S.T.듀퐁·브루넬로 쿠치넬리·아르마니 주니어·펜디 키즈

전직 법조인인 장인은 강남에서 3남매를 키웠다. 강남의 교육 인프라 덕에 자식 농사에 성공했다고 자부하는 '강남 교육 신봉자'. "서초동 명문 A초등학교에 입학시키기만 하면 교육비는 내가 책임지겠다. 애들도 키워주겠다"며 솔깃한 제안을 해오시지만, 서씨는 아직 강남행을 선택하지 않았다. "사교육 최전선에 들어가 아이가 학원에 찌들어 살게 하고 싶진 않거든요."

#2. 기업체 대표인 임정식(가명·80·청담동)씨는 중학교 1학년 손자를 데리고 종종 골프장에 간다. 골프 잘 치면 미국 아이비리그 가는 데 유리하다는 얘기를 듣고 손자가 초등학교 다닐 때부터 코치를 붙여 골프 레슨을 시켰다. 압구정동 중학교에 다니는 손자는 반에서 1등을 놓치지 않는 우등생. "남자는 고등학교 인맥이 중요하니 고등학교까지는 강남에서 기르고, 유학 보내려고요. 유학원도 가보고, 며느리에게 정보도 챙겨줘요." 임씨는 "애가 공부도 잘하고, 교육비 보태줄 형편은 되니 할아버지로서 손주 교육에 관심 많은 건 당연한 것 아니냐"고 했다.

자식 명문대 보내는 3대 조건이 '할아버지의 경제력, 아빠의 무관심, 엄마의 정보력'이라고 했던가. 이젠 이 공식도 구식이 될 것 같다. 손주 교육을 진두지휘하는 이른바 '강남할배'들이 급증하고 있다. 강남할배란 손자에게 최고의 교육을 시키겠다는 교육열로 넘치는 할배들이다. 경제력은 기본 탑재하고 전직 고위 공무원, 대기업 임원, 법조인 등 사회적 지위를 누린 이른바 '고(高)스펙'을 지녔다. 입시 정보, 학원 정보를 직접 알아볼 만큼 열성적이고 손주 교육에 자신의 사회 경험을 총동원한다. 1980~1990년대 사교육 1번지로 떠오른 강남에서 자녀를 기른 '강남 부모 1세대'이기도 하다.

'더 테이블'이 강남 거주 60~80대 남성 30명을 심층 설문한 결과 '손주 교육에 관심이 많은가'라는 질문에 49.5%(15명)가 '매우 관심 많다', 39.6%(12명)가 '관심 있는 편이다'라고 답했다. '전혀 관심 없다', '관심 없다'고 답한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 '손주 교육에 어느 정도 참여하는가'라는 질문엔 '적극 참여한다'가 49.5%, '조금 참여한다'가 36.3%였다. '전혀 참여하지 않는다'고 답한 사람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