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역 10년이 구형된 피의자가 다른 사건으로 조사를 받던 중 검찰청에서 자살한 사건과 관련, 법원이 정부의 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교정기관의 무관심으로 발생한 ‘사법치사(司法致死)’ 사건에서 “교정기관이 주의 의무를 게을리했다”며 법원이 수감자 측 손을 들어준 것이다.
A(사망 당시 32세)씨는 작년 2월 성범죄를 저지른 혐의로 구속돼 서울구치소에 수감됐다. 여성 혼자 사는 원룸에 들어가 성폭행하려다 실패하고, 피해 여성의 지갑을 훔친 혐의다. A씨는 과거에도 성범죄로 기소돼 실형 선고를 받은 적이 있었다.
검찰은 작년 4월 A씨 결심 공판에서, 징역 10년을 구형했다. A씨의 구치소 동료들은 “평소 유쾌했는데, 이날 심리적으로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고 말했다. A씨는 선고 공판을 나흘 앞둔 작년 5월 4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40분까지 다른 혐의(전자금융거래법 위반)로 서울중앙지검 5층에서 조사받았다. A씨는 오후 8시에 예정된 추가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검 구치감(拘置監)에서 대기했다.
구치소 수감 이후 신경안정제를 계속 먹던 A씨는 이날 배식된 저녁 식사를 먹지 않았다. 당시 A씨를 포함해 4명이 구치감에 있었는데, 2명은 서울구치소로 돌아갔고 1명은 검사실로 조사를 받으러 갔다. 혼자 남은 A씨는 오후 6시40분쯤 입고 있던 러닝셔츠를 벗어 반으로 찢은 다음 연결했다. 그는 러닝셔츠로 만든 끈을 화장실에 두고 나온 다음 방을 한 바퀴 돌았다. 다시 화장실에 들어간 그는 목을 매 자살을 시도했다. A씨가 러닝셔츠로 끈을 만들고 화장실을 들락거리는 모습은 CCTV에 모두 찍혔다. 하지만 이른 지켜보는 교도관은 아무도 없었다.
구치감을 순찰하던 교도관이 A씨를 발견한 것은 자살을 시도한 지 20분쯤 지나서다. A씨는 인근 대형병원 응급실로 옮겨져 치료를 받다가 작년 5월 23일 숨졌고, A씨 부모는 작년 8월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2부(재판장 전지원)는 “정부는 A씨 부모에게 36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고 10일 밝혔다.
재판부는 “구치소 수감 후 신경안정제를 계속 먹었던 A씨는 성범죄 사건으로 중형을 선고받을 것을 걱정하던 중 다른 사건으로 조사를 받자 심리적으로 위축됐을 것으로 보인다”며 “사건 당일 저녁 식사를 하지 않은 것도 이 때문으로 보이고, 교도관이라면 파악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또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던 A씨가 구치감에 혼자 남게 됐다면, 교도관들은 CCTV나 순찰 등을 통해 A씨를 자세히 관찰하면서 자살 등 사고를 방지해야 한다”며 “A씨가 사망한 것은 교도관들이 이를 게을리한 과실로 발생한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구치소 측은 인력 사정 등을 볼 때 A씨를 계속 감시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이어 “A씨의 극단적 행동에는 자신의 책임도 있고, A씨가 평소 유쾌한 모습을 보여 교도관들이 자살을 예상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여 정부 책임을 10%로 제한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