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호

파국으로 치닫던 부산국제영화제(BIFF) 사태가 '김동호 조직위원장 위촉'으로 정상화의 길을 찾았다.

서병수 부산시장과 강수연 BIFF 집행위원장은 9일 오전 부산시청에서 만나 김동호(79) 명예집행위원장을 새 조직위원장으로 위촉하는 데 합의했다. 서 시장과 강 집행위원장은 이날 합의에서 "영화제 독립성과 투명성, 지역 참여성과 전문성, 표현의 자유와 책임성을 확보하는 BIFF 정관 개정을 위한 협의를 진행해 왔으나 올해 영화제를 5개월 앞둔 시점에서 시간적 문제에 봉착했다"며 "이에 따라 영화계와 지역에서 두루 신망이 두터운 김 명예위원장을 조직위원장으로 위촉, BIFF를 치르기로 했다"고 말했다. 부산시와 BIFF집행위원회는 2014년 세월호 침몰을 한쪽 시각에서 다룬 영화 '다이빙 벨'을 영화제에서 상영한 이후 갈등을 빚었고, 영화계 쪽에서 올해 영화제 참석 거부를 선언하기도 했다.

부산시와 영화제 집행위원회 측은 이달 중 임시총회를 열어 최소한의 정관 개정을 하고 김동호 새 조직위원장을 위촉하기로 했다. 양측은 이 임시총회에서 부산시장이 조직위원장을 맡는다는 현 정관의 당연직 조항을 삭제하고 이번 영화제에 한해 부산시장과 집행위원장이 공동으로 조직위원장을 위촉하는 조항을 두기로 했다. 또 정관 전면 개정은 새 조직위원장을 중심으로 합의안을 만들어 내년 2월 BIFF 정기총회에서 확정하기로 했다. 서 시장과 강 집행위원장은 "전면 개정되는 정관에는 향후 20년간 BIFF 발전을 위한 변화와 혁신을 담을 것"이라며 "BIFF의 독립성과 책임성의 균형 및 지역 참여성 제고, 합리적 의사결정 구조 확립, 공공성 및 투명성 제고 등의 방향으로 개정을 진행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9일 오전 부산시청에서 서병수(오른쪽) 부산시장과 강수연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이 김동호 명예집행위원장을 새 조직위원장으로 위촉하기로 발표한 뒤 박수를 치고 있다. 지금까지 조직위원장은 당연직으로 서 시장이 맡고 있었다.

[김동호 새 조직위원장은 누구?]

서 시장과 강 위원장은 이날 공동발표문에서 "BIFF의 발전을 바라는 부산 시민과 국내외 영화인, 영화팬들의 우려와 성원에 사과와 감사를 드린다"며 "20년 전 영화제를 출범시키던 초심으로 돌아가 영화제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영화제작가협회 등 주요 9개 영화단체로 이뤄진 '부산국제영화제 지키기 범영화인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도 김 명예위원장의 조직위원장 위촉을 반기는 분위기다. 공동비대위원장인 이춘연 씨네2000 대표는 "영화제에 대해 잘 이해하고 있는 김동호 위원장을 환영한다. 내년 2월에 열릴 총회 이전이라도 조직위원장이 정관 개정 방향을 제시하고 영화계와 대화를 한다면 거기에 따라 보이콧 철회를 결정할 것이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