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루 프리패스권을 가진 것 같았다."

9일 미국 야후스포츠가 MLB(미 프로야구) 워싱턴 내셔널스의 강타자 브라이스 하퍼(24·사진)를 다룬 기사의 제목이다. 이날 시카고컵스를 상대한 하퍼는 7번의 타석에서 볼넷 6개(고의사구 3개 포함)와 몸에 맞는 공 1개로 100% 출루했다. 27개의 공을 상대하며 단 한 번도 스윙하지 않았는데, 이 가운데 스트라이크는 단 2개뿐이었다. 전형적인 '피하기 피칭'이었다.

한 경기 볼넷 6개는 역대 타이기록이며 하퍼 이전까지 3차례 있었다. 여기에 하퍼는 몸에 맞는 공 1개를 추가했다. 안타 없이 타수가 '0'인데도 한 경기에서 7번 출루한 것은 MLB 역사상 처음이었다.

그러나 내셔널스는 연장 13회 끝에 컵스에 3대4로 졌다. 컵스의 전략이 적중한 결과였다.

컵스의 조 매든 감독은 2015 시즌에 42홈런을 터뜨리며 역대 최연소 만장일치 리그 MVP(최우수선수)인 하퍼에 대해 "배리 본즈(통산 홈런과 볼넷 1위)처럼 대하라"고 했다. 3번 타자 하퍼와의 승부를 피하는 대신 타격감이 나쁜 4번 라이언 짐머맨을 상대하라는 주문이었다. 결과는 성공이었다.

짐머맨은 4연전에서 19타수 2안타(타율 0.105)에 그쳤고, 하퍼는 홈을 겨우 세 번 밟았다. 컵스는 4경기를 싹쓸이했다.

특정 타자에 대한 피하기 전략이 꼭 좋은 결과로 이어지진 않는다. 국내 KBO리그에서 한 타자 한 경기 최다 볼넷은 6개이며 2차례 있었다. 2012년 5월 20일 SK의 이호준이 대전 한화전에서 볼넷 6개를 얻었다. 당시 SK가 13대10으로 이겼다.

2013년 4월 28일 한화 김태균은 SK전에서 볼넷 6개를 기록했고, 양 팀은 5대5로 비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