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슈틸리케의 황태자'로 불렸던 전북의 공격수 한교원(26·사진)은 갑작스럽게 대표팀에서 사라졌다. 작년 5월 K리그 인천전에서 경기 도중 상대 선수의 얼굴을 주먹으로 때려 징계를 받았기 때문이다.

슈틸리케 감독이 경기장에서 지켜보는 와중에 벌어진 일이었다. 2014시즌 전북에서 11골을 터뜨리며 K리그 베스트11에 선정된 그는 호주 아시안컵 등 슈틸리케호(號)에서 9경기를 뛰었지만 '비신사적 행위'는 용서를 받지 못했다. 연령별 청소년 대표 한 번 거치지 못했으면서도 단숨에 국가대표까지 치고 올라온 상승세에 급브레이크가 걸린 것이다.

한교원은 징계로 열흘 동안 맹아학교와 보육원에서 사회봉사 활동을 했다. 아이들과 함께 축구를 하고, 청소와 빨래를 도왔다. 맹아학교 아이들은 한교원과 함께하는 마지막 날 감사 편지를 전달했다. 한교원은 편지를 읽으며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내가 소중한 것을 모르고 산 것은 아니었는지 반성하게 됐다"고 했다. 아버지의 사업 부도로 어려운 가정 형편에서 축구를 시작했던 초등학교 시절, 가까스로 대학에 진학했던 시절을 다시 새겼다. 징계가 약이 된 셈이다.

한교원은 이후 달라졌다. 8일 K리그 클래식 9라운드 수원 삼성과의 원정경기에서 0―1로 뒤지던 후반 2분 선제골을 넣었다. 김보경의 크로스를 다이빙 헤딩으로 연결했다. 리그 세 경기 연속 골이자 올 시즌 네 번째 골이다.

투지 넘치는 드리블과 활동량도 돋보였다. 그는 전북이 올 시즌에 앞서 공격진을 대거 보강하며 출전 기회가 줄었지만 꾸준하게 훈련하며 몸을 만들었고, 결국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경기 후 한교원은 "대표팀에 욕심이 없다면 거짓말"이라며 "더 좋은 모습을 보여 드려 충분한 자격이 됐을 때 다시 부름을 받고 싶다"는 포부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