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이 9일 20대 총선 당선인 총회를 열어 곧 비상대책위원회를 출범시키고 늦어도 7월 말까지는 전당대회를 열어 당 체제를 바꾸기로 했다. 비대위 위원장은 당 외부에서 영입하기로 했다 한다. 그러나 와해된 지도부를 대체할 비대위의 성격을 둘러싸고 당의 체질을 전면적으로 손볼 '혁신형'으로 갈 것인지, 아니면 평시처럼 전당대회 규칙이나 결정하는 '관리형'으로 갈 것인지는 아직도 명확한 결론이 나지 않았다.
여권은 4·13 총선 참패 후 한 달이 다 되도록 이상한 무풍지대다. 기록적 참패를 자초한 대통령은 국민 앞에 "잘못했다" 한마디도 하지 않고 있고, 민심을 수렴해야 하는 새누리당은 원내대표 한 명 뽑은 것 외엔 한 일이 없다. 친박(親朴)·비박(非朴) 계파 갈등 양상까지 재연됐다. 당 내부에서조차 이 당에 미래가 있느냐는 말까지 나왔다. 그런 당이 '당 체질을 완전히 바꾸자'는 합의조차 못 하고 있다니 어이가 없다.
유권자들은 총선 때 대통령의 일방주의와 진박(眞朴)이라는 사람들의 공천 폭주에 반발해 새누리당을 심판했다. 비대위가 해야 할 일은 정해져 있다. 정당에 계파라는 것이 없을 수는 없다. 크게 같은 노선이라고 해도 작게 의견을 달리하는 사람들이 각자 가까이 지내는 것은 세계 민주 정당 어디에나 있는 일이다. 그러나 우리 경우엔 정책 노선이 아니라 한 개인 앞에 줄 서게 된 인연으로 '친(親)' 자 패거리를 만든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야당도 아닌 여당이 이런 패거리 싸움을 매일 벌이고도 온전하다면 그게 기적일 것이다. 비대위는 최우선으로 친박·비박 집단을 해체시키고 이를 이용하는 정치인은 퇴출시켜야 한다.
이미 친박에 대한 염증은 당내에서도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국민 눈에는 더민주당 친노(親盧)와 다를 게 없는 것으로 비친다. 비박을 표방한 사람들도 너 나 따지지 말고 "앞으로 어떤 계파적 활동이나 언급을 하지 않겠다"고 국민 앞에 약속해야 한다. 만약 비대위가 여기저기 눈치나 보거나 조직적 반발에 밀리면 그날로 간판을 내려야 한다. 비대위 활동이 끝나고 다음 지도부를 뽑는 전당대회에서 또다시 친박·비박 계파 대결이 벌어진다면 새누리당은 구제할 수 없는 정당이라는 말을 듣게 될 것이다.
새누리당은 박근혜 대통령 집권 3년여 동안 사실상 청와대 지시에 따라 움직이는 하청(下請) 정당이나 다름없었다. 이번 비대위의 성패는 청와대에 끌려가는 것이 아니라 당이 정치와 정책을 주도하는 방향으로 체질을 바꿔 나갈 수 있느냐 여부에 달렸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첫 관건은 결단력 있는 비대위원장을 고를 수 있느냐일 것이다. 새누리당은 지금 성한 대선 주자 한 사람 남아 있지 않은 당이다. 비대위원장이 새누리당의 환부(患部)에 칼을 제대로 들이대는지 국민이 지켜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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