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알 키스 - 김해림은 1년에 1000만원 벌기도 어려운 2부 투어 시절부터 상금의 10%를 기부했다. KLPGA 1부 투어 130번째 대회에서 첫 우승을 차지한 김해림은 상금 1억원 전액을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8일 KLPGA 투어 교촌 레이디스 오픈에서 우승을 차지한 김해림이 황금 달걀 모양의 트로피에 입맞추는 모습.

그동안 김해림(27)을 설명하는 수식어는 통상 정상급 골퍼 이름 앞에 붙는 '통산 ○승', '○○○○년 신인왕, 상금왕' 등이 아니었다. 프로로 전향한 2007년부터 상금의 10%를 기부한다는 자신과의 약속을 지켜온 그는 대신 '기부 천사'로 불렸다. 지난 연말 팬클럽 회원들과 복지 시설을 찾아가 봉사하고 성금을 낸 그에게 인터뷰를 청하자 "골프 선수가 우승 인터뷰를 해야 하는데 다른 일(기부)로 이야기하게 돼 민망하고 조심스럽다"고도 했다.

김해림이 2012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1부 투어에 진출하면서 "첫 우승을 차지하면 상금 전액을 기부하겠다"고 했던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됐다. 130번째 출전한 대회에서 첫 우승을 차지한 것이다. 8일 막을 내린 KLPGA 투어 교촌 허니 레이디스 오픈(전북 군산 컨트리클럽)에서다.

단독 선두로 마지막 라운드를 출발한 김해림은 첫 홀(파4)에서 보기를 범하며 공동 선두를 허용했지만, 침착함을 잃지 않았다. 지난해 준우승만 2번 차지하는 등 그동안 정상 문턱에서 미끄러진 경우가 많았던 그는 "이번 대회는 떨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해림은 최종 합계 5언더파 211타로 공동 2위 변현민, 박소연을 두 타 차로 제치고 달걀 모양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김해림은 5번 홀(파4)에서 기록한 샷 이글을 '반전 포인트'로 꼽았다. 티샷 이후 두 번째 샷이 그린에 떨어진 뒤 굴러서 그대로 홀컵으로 빨려 들어간 것이다.

김해림의 우승을 축하해주기 위해 선수 13명이 대회장을 떠나지 않고 18번 홀 그린 주변에서 갤러리들과 함께 기다렸다. 챔피언 퍼트가 홀컵으로 들어가자 동료들이 다가와 꽃과 물을 뿌렸다. 프로 데뷔 10년 차인 김해림은 눈물을 흘리는 대신 하늘을 올려다보며 환하게 웃었다.

어버이날에 우승한 소감을 묻자 김해림은 잠시 머뭇거린 끝에 "(부모님에게) 고맙다는 말밖에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1부 투어 풀시드를 받은 2012년부터 매년 상금 순위가 상승한 김해림은 성장이 멈추지 않는 비결로 기부를 꼽았는데, 기부 천사인 그의 뒤에 부모가 있었던 것이다. 은행 대출금으로 생활비를 충당하면서도 김해림의 부모는 "우리 식구 밥 먹고 살면 됐지. 돈에 연연하지 말고 주위를 돌아보면서 살자"고 했다고 한다. 김해림은 KLPGA 투어 최초의 아너 소사이어티(사회복지공동모금회 1억원 이상 기부 약정) 멤버다.

김해림은 2년 전 비거리를 늘리기 위해 3개월 동안 매일 계란 흰자를 30개씩 먹으며 살을 찌워 '달걀 골퍼'라는 별명도 있다. 그는 2라운드에서 선두가 되자 "이번 대회 전에 '달걀 골퍼, 어머니 대회에서 우승하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는 꿈을 꿨어요. 달걀 골퍼니까 치킨 회사가 주최하는 대회에서 우승하면 좋을 것 같아요"라고 했었다. 농담 같은데 진짜 꿈이라고 했다.

김해림은 경기가 끝나고 "첫 우승을 하면 우승 상금 전액을 기부한다는 약속을 실행할 수 있게 돼서 나 자신에게 뿌듯하다"고 했다. 이번 대회 우승 상금은 1억원으로, 좋은 곳에 쓰일 수 있도록 기부처를 신중하게 찾아볼 계획이라고 했다. 그는 "올해 목표였던 첫 우승을 달성했으니 이제 상금 순위 톱 5안에 들도록 하겠다. 선수 생활 하는 동안 10억원까지는 기부를 했으면 좋겠다"는 포부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