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우올림픽 여자 농구 대표팀에 합류하기 위해 '특별 귀화'를 추진하다 서류 위·변조 정황이 드러난 여자프로농구(WKBL) 부천 KEB하나은행의 첼시 리(28·미국·사진). 그가 법무부 국적심의위원회에 낸 서류에서 위·변조 정황이 포착돼 검찰이 수사에 나섰다는 사실이 알려진 지 열흘이 넘게 지났다. 하지만 이른바 '첼시 리 사건'은 여전히 오리무중(五里霧中)인 상황이다. 앞서 첼시 리는 올림픽 예비 엔트리 마감 시한을 넘겨 대표팀 명단에서 제외됐다.

법무부의 수사 의뢰를 받은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는 WKBL 경기팀장을 시작으로 KEB하나은행 사무국장을 조사했다. 이어 KEB하나은행과 함께 첼시 리를 영입하기 위해 접촉했던 국내 2개 구단의 사무국장도 조사했다. 검찰 관계자는 "지금은 문서(아버지 출생증명서와 한국인이라는 할머니의 사망증명서)의 사실 여부에 대해 수사하고 있다"며 "(첼시 리 등에 대한) 소환 조사는 그 이후에 결정할 문제"라고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사건이 결론나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답답한 쪽은 구단이다. 모회사와 구단의 이미지 훼손을 최소화하기 위해 의혹을 빨리 털어야 하는데, 사건의 열쇠를 쥔 첼시 리와 그의 에이전트가 말을 바꾸며 입국을 미루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주 의혹이 불거졌을 때만 해도 첼시 리는 "구단이 원하면 언제든 입국할 수 있다"는 입장이었다고 한다. 그의 미국인 에이전트 M씨도 구단 측에 "이르면 5일쯤 한국에 들어가겠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최근 첼시 리와 에이전트 M씨의 태도가 바뀌었다. 구단 관계자는 에이전트 M씨로부터 "지금 한국 여론이 매우 좋지 않다. 지금 가면 우리가 서류를 조작하지 않았다는 말밖에 할 수가 없다. 서류가 준비된 뒤 가겠다"는 연락을 받았다. M씨는 관련 서류 발급에 4주 정도가 소요된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M씨는 또 "내가 바보도 아니고, 왜 서류를 조작하겠느냐"는 말을 주변에 한 것으로 전해졌다. 첼시 리도 에이전트 M씨에게 사실상 전권을 위임한 채 계속 미국에 머물고 있다.

구단은 첼시 리의 합류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이번 주부터 11월 시즌에 대비한 훈련에 돌입했다. 구단 관계자는 "첼시 리가 팀에 합류하든 못 하든 결론이 나지 않아 걱정"이라며 "첼시 리와 에이전트 M씨에게 하루빨리 국내에 들어와 조사받으라고 계속 설득하고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두 사람 조사를 위해 미국에 사법 공조를 요청하는 건 아직 이르다는 입장이다. 검찰 관계자는 "일단 국내에 들어올 때까지 기다릴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