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희 TV조선 기상캐스터

이번 주 강풍에 고생 많으셨지요? 거리 곳곳에 구겨진 채 버려진 우산들을 보니 태풍이 지나간 것 같았습니다. 실제로 강원 산간에는 초속 30m가 넘는 태풍급 강풍이 불었어요. 자고 일어났더니 아침 뉴스는 밤사이 강풍 사고 소식으로 빼곡했습니다. 봄에 느닷없이 닥친 태풍급 바람이라 피해가 더 컸습니다. '강풍 특보'가 미리 예보됐지만, 이렇게 힘이 셀 수 있다는 생각은 못 하셨을 겁니다.

강풍을 일으킨 주범은 한반도 상공을 지나는 저기압입니다. 저기압은 따뜻한 공기와 찬 공기가 만나 대류(對流) 현상을 일으키며 만들어지는데요. 봄철에는 찬 공기가 아직 남은 상태에서 따뜻한 공기가 유입되고, 초겨울에는 반대로 바뀌면서 종종 강풍이 불게 됩니다. 이번엔 유독 세력이 강했지요. 따뜻한 공기는 더 뜨거워지고 차가운 공기는 더 냉각되어 온도 차가 매우 커졌고, 말 그대로 폭탄급 바람이 된 겁니다.

뉴스에서 '폭탄 저기압'이라는 표현 들어보셨지요? 이유를 찾아 거슬러 올라가면 결국 지구 온난화에 닿습니다. 극지방에 머물러야 할 찬 공기가 북극의 온난화로 한반도까지 내려오고 있습니다. 한편 바닷물이 따뜻해지는 엘니뇨 현상 때문에, 아열대 고기압은 예년보다 더 강하게 발달하고 있어요.

지구 온난화가 심해지면서 '이맘때의 날씨'라는 말이 무색해졌습니다. 언제든 예상치 못한 기상 현상이 일어날 수 있지요. 지난겨울에도 온난화로 인한 북극 한파 때문에 극심한 추위를 겪었습니다. 인류로 인해 몸살을 앓은 지구, 결국 피해자도 사람이지요. 자연이 보내는 기침 소리를 흘려들으면서 병을 키우는 것과 같습니다. 흔한 공익광고 멘트 같지만, 환경보호에 관심을 갖고 생활 속에서 작은 것부터 실천해야겠어요.

저는 이번 주에 반성을 많이 했습니다. 이례적인 강풍이 예상되는데 그 심각성을 강조하지 못한 것이 후회스러웠지요. 궂은 날씨일수록 세심하게 챙겨야겠다고 다짐해 봅니다. 일단 주말에는 '불청객' 황사가 또 나타납니다. 변덕스러운 날씨에 호흡기 건강에 더 신경 쓰셔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