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군사, 경제, 문화…. 지난 140여년 동안 독일은 유럽 대륙의 '중추 국가'였다. 하지만 지금의 독일 형태를 갖춘 것은 불과 25년 전의 일이다. 그 이전까지 이 강력한 국가를 지리적으로나 역사적으로 규정짓는 일관되고 핵심을 찌르는 설명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일례로 독일의 영토는 끊임없이 팽창하고 수축했다. 칸트의 고향 쾨니스베르크는 러시아 칼리닌그라드가 됐고, 괴테가 조국의 예술과 역사의 독창성을 발견한 성당을 품고 있는 스트라스부르는 프랑스 땅에 있다.

영국 런던국립미술관장과 영국박물관장을 지낸 닐 맥그리거의 책이 돋보이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15세기 이후 현재에 이르기까지 '태생적으로' 조각조각 나뉜 것처럼 보이는 독일 또는 독일인이 공유하고 있는 수많은 기억과 자각, 경험을 담았다. 책장을 넘기면서 주변국은 물론이고, 독일 스스로도 몰랐던 독일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지난 3월 한국에도 출간('독일사 산책'·옥당)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