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특징 없이 단순 노화로 40세 이상이면 아저씨, 노화와 더불어 병리학적으로 다소 바람직하지 못한 심리적·육체적 이상 증세를 동반하면 '개'저씨다('개저씨'란 개와 아저씨의 합성어인데 이런 식으로 개가 동원되는 거 바람직하지 않다. 어쨌거나 견권(犬權) 유린 아닌가).

개저씨의 특징은 이런 거다. 지하철 안에서 여성의 특정 부위를 노골적으로 주시하거나 자기보다 어려 보이면 여성에게는 무조건 반말을 하거나 유흥업소 출입은 사회생활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 것 등등이다. 개저씨가 우리나라에만 고유한 건 아니다. 바다 건너 미국에는 트럼프라는 개저씨가 있는데 이분의 입에서 튀어나오는 말을 듣고 있자면 그게 입인지, 그 한참 아래 뚫린 부위인지 구별이 안 될 지경이다.

좌표를 반대편으로 쫙~ 이동하면 거기에는 '쿨'저씨가 있다. 영어 'cool'과 '아저씨'를 합친 말인데 뉘앙스 그대로의 인품을 가진 사람을 말한다. 트럼프로 예를 들었으니 역시 미국에서 찾자면 오바마 대통령이다. 격식 안 따지고 배려할 줄 알고, 여성과 약자에게 특히 섬세하며 뭐 하여간 온갖 멋진 건 다 갖춘 사람이다. 얼마 전 백악관 기자단 만찬 연설에서는 트럼프가 외교 경험이 없다는 일부의 비판에 대해 그를 옹호하는 척하면서 트럼프가 미스 스웨덴, 미스 아르헨티나 등 외국 지도자들과 만나 왔다며 사람들을 포복절도하다 못해 졸도하게 만들었는데 쿨저씨라면 개그 본능도 필수인 셈이다. 물론 이 쿨이 지나쳐 '콜드(cold)'한 경우도 있다. 입만 열었다 하면 냉소를 물총처럼 쏴 대는 경우인데 처음에는 신선하지만 자꾸 보면 짜증 난다는 점에서 개저씨의 변형이다. 그런데 왜 하필 아저씨만 가지고 난리일까. 성별만 다를 뿐 역시 비슷한 증상을 보이는 아줌마들도 쌔고 쌨는데 말이다. 그분들도 당연히 개줌마라고 불러줘야 한다.

그런데 곰곰이 따져 보면 그런 행동을 보이는 게 오로지 중년만이 아니다. 아이들도, 청소년도, 총각도, 숙녀들도, 할머니, 할아버지도 눈살 찌푸릴 행동이라면 안 빠진다. 누군가의 양보를 자신의 권리로 착각하는 어르신들, 직장 여성인지 직업여성(흥분 산업 종사자로 여성이 직업인 경우)인지 구별 안 가게 태연하게 지하철에서 화장하는 아가씨들, 중2 병이라는 핑계를 대고 정신이상에 가까운 행동을 보이는 청소년들 모두 그 앞에 '개'가 붙을 자격들이 충분하다.

이들의 공통점은 무례다. 한국 사회는 그저 무례한 사회일 뿐 아저씨들만 유별나게 후진 사회가 아니라는 말씀이다. 무례는 교육 결핍에서 오기도 하지만 본질은 열등감이다. 오바마가 그렇게 쿨한 이유는 그가 다 가진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가 가진 것 없는 흑인이라도 그렇게 우아하게 행동할 수 있을까. 그러니까 개저씨는 나이 들고 주머니에 돈 떨어진 한국 중년이 질러대는 비명 같은 거다. 그 열등감을 감추려고 센 척, 있는 척, 가진 척하는 거다. 손가락질할 게 아니라 어여삐 여겨줘야 할 존재들이다. 물론 개할배, 개총각, 개처녀, 개소년 다 마찬가지겠다. 요즘 유행하는 개저씨 이야기, 각자 반성들 하면서 다음 단계로 이어지지 않도록 연결고리 끊으라는 경고로 듣자. 개소년이 개중년 되고 개할배 되는, 온통 개판인 세상이라면 정말 끔찍하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