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월 20일 제45대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의 취임식이 열린 워싱턴D.C 국회의사당 인근 내셔널몰에서는 시위대 수천 명이 취임 반대 시위를 벌였다. 그러나 트럼프는 시위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화려한 축하 파티에 참석하고, 곧바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발동한 이민 개혁 행정명령 폐기, 멕시코 국경 봉쇄 방안 논의에 착수했다. 사업장을 외국으로 옮기려는 기업 경영자들을 불러서 협박도 했다.'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NYT)가 가상으로 그려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 첫날이다. NYT는 트럼프가 사실상 공화당 대통령 후보로 결정된 4일(현지 시각) 트럼프가 본선에서도 승리했다고 가정하고 당선 직후부터 취임 후 100일까지를 예상하는 기사를 내보냈다. 트럼프와 가진 세 번의 인터뷰, 참모들과 지인들을 취재한 내용 등을 바탕으로 시나리오를 만들었다.

11월 8일 당선된 후 취임 전까지 트럼프는 지난 2월 앤터닌 스캘리아 연방 대법관이 숨지면서 공석이 된 후임 대법관 인선에 착수해 후보자들을 인터뷰한다. 공화당이 장악하고 있는 상원이 오바마 대통령으로부터 지명을 받은 시카고 출신 법조인 메릭 갈런드(63)에 대한 인준 절차에 착수조차 하지 않아 후임인 트럼프가 지명권을 행사하게 된 것이다.

트럼프는 또 정부 구성을 논의하기 위해 공화당 리더인 폴 라이언 하원 의장,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 등을 만난다. 늦가을 추위를 피하기 위해 자신이 소유한 플로리다의 휴양지 팜비치의 마라라고(Mar-a-Lago) 클럽을 모임 장소로 택한다. 이곳에서 골프와 바닷가재 파티를 즐기면서 긴밀한 얘기를 나눌 것으로 NYT는 내다봤다.

파격적인 공약의 이행은 내년 1월 20일 취임 첫날부터 시작된다. 트럼프는 국토안보부 담당자들과 군 장성들을 만나 멕시코 국경에 더 많은 경비 병력을 배치하는 문제를 논의하고, 오바마 전 대통령이 발동한 이민 개혁 행정명령을 폐기하는 절차에 착수할 것을 지시한다. 외국 정상과 통화하거나 외교 분야 전문가들과 면담하는 것은 후순위로 밀린다. 트럼프는 실제로 NYT 인터뷰에서 "외국 정상과 통화하는 것은 그리 중요한 일이 아니다"고 했다. 트럼프는 또 화이자, 캐리어, 포드, 나비스코 등 미국 내 일자리를 해외로 옮기려는 기업 최고 경영진을 불러 해외 이전을 강행할 경우 이 회사들이 외국에서 생산해 미국으로 들여오는 제품에 35% 관세를 매기겠다고 협박한다.

“모든 사람이 좋아하는 대통령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혀온 부동산 재벌 도널드 트럼프는 저소득·저학력 백인층의 열광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반짝 인기에 그칠 것이라던 예상과 달리 트럼프는 사실상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자리를 거머쥐었다. 사진은 네바다주 당원대회를 앞둔 지난 2월말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의 한 호텔 앞에 트럼프 카드와 그의 얼굴을 합성한 포스터가 걸려있는 모습이다.

트럼프는 NYT 인터뷰에서 "나는 모든 사람이 좋아하는 대통령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큰 변화를 만들어내기 위해 재빨리 움직이고, 시간을 낭비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또 "지금 미국은 뭔가가 잘못돼 있다. 사람이, 기업이 다치고 있다"고 말해 이민 유입을 제한하고 자유무역 협정을 폐기하는 등 자신의 공약을 신속하게 실행할 것임을 예고하기도 했다.

NYT는 이런 트럼프의 추진력에 힘입어 취임 100일(2017년 4월 29일) 무렵에는 멕시코 국경에 쌓을 장벽의 설계가 완료되고 무슬림 이민 금지법이 발효될 것으로 예상했다. 또 금리 인상으로 미국 상품 수출을 어렵게 만드는 연방준비제도(Fed)에 대한 감사(監査)가 진행되고, 전 국민 대상 건강보험인 이른바 '오바마 케어'를 폐지하는 절차도 시작될 것으로 내다봤다.

NYT는 "백악관을 협상장과 회의장으로 활용하면 상대방을 이해시키는 데 효과적일 것"이라는 트럼프의 구상도 소개했다. 또 국가 안보 문제에서는 외교 전문가보다는 군 관련 인사에게 힘을 실어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의 장녀인 이반카 트럼프 부부가 조언자 역할을 넘어 내각에 참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봤다.

다만 NYT는 트럼프가 선거운동 과정에서 보여준 뜨거운 수사(修辭)에서 벗어나 상식적인 판단을 하는 현실적인 대통령으로 변모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 시절 백악관 대변인을 지낸 애리 플라이셔는 NYT에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면 선거 때의 터프한 모습에서 벗어나 결국에는 큰 거래를 하는 협상가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