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의 중심, 유럽 프로팀 최강자만이 들어 올릴 수 있는 빅이어(Big ear·큰 귀라는 뜻으로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컵의 애칭. 손잡이가 커다란 귀 모양). 이 컵을 놓고 스페인 동네 라이벌이 겨루게 됐다. 2015~2016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은 레알 마드리드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AT 마드리드)가 맞붙는 대진이 됐다. 이들은 2년 전인 2013~2014시즌 결승전에 이어 오는 29일(한국 시각) 새벽 다시 한 번 축구팬들을 찾는다. '마드리드 더비(연고지 라이벌전)'가 찾아오면 마드리드 온 시내가 붉은색(AT 마드리드)과 흰색(레알 마드리드)으로 나뉠 만큼 두 팀의 대결은 그라운드 안팎에서 치열하다. 스페인에선 '마드리드 더비가 열리면 궁전에도 전선(戰線)이 그어진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국왕 필리페 6세는 AT 팬, 선왕 후안 카를로스 1세를 비롯한 다른 왕족은 레알 팬이다.

동네 앙숙은 2년 전 극적인 대결을 펼쳤기에 이번 결승은 어느 때보다 치열할 전망이다. 당시 0―1로 끌려가던 레알은 후반 종료 직전 세르히오 라모스의 동점 헤딩골로 승부를 연장까지 끌고 갔고, 연장에서 3골을 쏟아부어 4대1로 역전승했다. 최초의 챔피언스리그 10회 우승을 확정하는 순간이었다. 눈앞에서 우승을 놓쳤던 AT는 설욕을, 레알 마드리드는 11회 우승이라는 대기록을 꿈꾸고 있다. 이번에 레알은 5일 챔피언스리그 4강 2차전(홈)에서 맨체스터 시티(잉글랜드)를 1대0으로 꺾고 결승에 올랐다. AT는 이에 앞서 4일 바이에른 뮌헨(독일)을 제치고 결승에 선착해 있었다.

AT 선수단의 연봉 총액은 약 2000억원으로 추정된다. 스페인 구단 중 연봉 총액이 가장 많은 레알(약 5500억원)의 절반도 안 된다. 역대 전적도 33승 14무 10패(컵대회 포함)로 레알이 절대 우세다.

그러나 최근에는 다르다. AT는 2011년 디에고 시메오네 감독 부임 이후 레알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의 '2강 체제'를 무너뜨린 강팀으로 다시 태어났다. AT는 최근 2년간 10경기에서 레알을 상대로 5승4무1패의 우위를 점하고 있다.

AT는 '탄탄한 수비를 바탕으로 한 역습 축구'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 팀이다. 잉글랜드 리그 우승팀 레스터 시티 '역습 축구'의 원조격이자 업그레이드 버전으로 보면 된다. 2013~2014 시즌엔 무적처럼 보였던 '패스 축구'의 바르셀로나를 누르고 우승을 달성했다. AT는 이번 대회 8강에서도 바르셀로나를 눌렀다. 인디언(AT 마드리드의 애칭)의 '추장'으로 불리는 디에고 시메오네 감독의 지략과 리더십이 팀을 바꿨다. 스타 군단 레알 마드리드는 지네딘 지단이 이끌고 있다. 그는 '마에스트로(지휘자)'라는 현역 시절 별명답게 팀을 완벽하게 장악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레알의 에이스는 호날두, AT의 에이스는 앙투안 그리즈만이다. 챔피언스리그 역대 최다 득점 기록(93골)을 작성 중인 호날두는 온몸이 무기인 '득점 기계'다. 공격수 그리즈만은 키는 작지만 빠른 스피드와 날카로운 돌파를 무기로 한 공격의 선봉장이다. 역습 한방으로 상대를 무너뜨려 '작은 악마'라는 별명을 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