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 US여자오픈을 제패하며 한국 골프의 전성기를 연 박세리(39)가 '맨발 투혼'을 보여준 이 무대에 마지막으로 올라선다. 올 시즌을 끝으로 은퇴를 선언한 그는 오는 7월 열리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메이저대회인 US여자오픈에 '특별 초청 선수' 자격으로 초대받았다.

대회를 주관하는 미국골프협회(USGA)는 "은퇴를 앞둔 박세리가 남긴 업적을 기리기 위해 특별 초청 선수로 출전권을 주게 됐다"고 5일 밝혔다. 스튜어트 프랜시스 USGA 대회운영위원장은 홈페이지를 통해 "1998년 박세리의 US여자오픈 우승은 한국인뿐 아니라 전 세계인에게 골프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켰다"면서 "USGA는 그가 이룬 업적을 자랑스럽게 여기고 박수를 보낸다"고 했다.

스물한 살에 세계 무대를 평정하며 국민에게 희망을 준 박세리가 2014년 그의 이름을 딴 골프대회‘박세리 인비테이셔널’의 조인식에서 웃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1998년 US여자오픈 연장전 마지막 홀에서 맨발로 연못에 들어가 웨지샷을 하는 모습.

LPGA 투어 통산 25승을 달성하며 한국인 최초로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그는 투어 평생 출전권을 갖고 있지만, US여자오픈을 포함한 메이저대회에는 별도로 출전 자격을 갖춰야 한다. 박세리는 올해 출전 자격을 따지 못했다. 18년 전 미국 위스콘신주 쾰러에서 열린 US여자오픈은 올해는 캘리포니아주 코드벌 골프장에서 개최된다.

박세리는 "US여자오픈은 내 꿈을 펼칠 수 있게 해준 아주 특별한 무대"라며 "내가 받은 사랑과 성원을 후배에게 넘겨주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답했다. 18년 전 US여자오픈 연장전 마지막 홀에서 박세리는 맨발로 연못에 들어가 비탈에 걸린 공을 쳐 내는 투혼으로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당시 IMF 사태로 고통받던 국민은 그를 보며 용기를 얻었다.

US여자오픈은 LPGA 투어 5대 메이저 대회 가운데서도 최고의 역사를 자랑하며 상금도 가장 많다. 1998년 LPGA 투어의 '루키'였던 그는 이 대회 최연소 우승(20년 9개월), 아시아 선수 첫 우승, 사상 첫 신인 선수의 메이저대회 2연속 우승 기록을 세웠다. 당시 외신들은 "여자 골프에 새로운 영웅이 탄생했다"며 극찬을 쏟아냈다. 박세리는 "국민에게 조금이라도 희망과 용기를 드렸다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다"고 우승 소감을 밝혔다.

박세리는 지난 3월 미국 골프채널과의 인터뷰에서 "올해를 마지막으로 투어 활동을 마무리하겠다"며 은퇴 의사를 밝혔다. 크고 작은 부상으로 고생하던 그는 지난해 말 왼쪽 어깨 끝 쪽의 뼈가 거의 닳은 상태라는 진단을 받았다. 습관성 탈골 증세까지 더해져 선수 생활을 계속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박세리는 은퇴 후 후진 양성에 전념한다는 계획이다. 그는 "한국의 많은 유망주가 세계 무대에서 활약하는 데 많은 도움을 주고 싶다"며 "그들이 자신의 꿈을 달성할 수 있도록 끌어주는 것이 나의 계획"이라고 했다.

어린 시절 박세리를 보며 골퍼의 꿈을 키운 '세리 키즈'는 지금 LPGA를 점령하고 있다. 박인비(2위), 김세영(6위), 전인지(7위) 등 여자골프 세계 랭킹 15위 이내에 한국 선수만 8명이 포진해 있다. 박세리는 오는 8월 개막하는 리우올림픽에 '세리 키즈'를 이끌고 여자 대표팀 감독으로 나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