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이 사상 첫 무슬림 런던 시장을 맞이할 전망이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는 3일(현지 시각) "5일 치러질 런던 시장 선거에서 무슬림계인 사디크 칸(46) 노동당 후보의 당선이 유력하다"고 보도했다. 그는 가장 최근 실시된 지난달 21일 유거브 여론조사에서 48%의 지지를 얻어 32%에 그친 보수당 잭 골드스미스(41) 후보를 16%포인트 차로 앞섰다.

이번 선거는 서로 다른 이력과 성장 배경을 가진 두 후보의 대결로 화제를 모았다. 칸은 1970년 런던 남부 투팅 지역 파키스탄 이민자 가정에서 7남 1녀 중 다섯째로 태어났다. 아버지는 시내버스 기사, 어머니는 재봉사였다. 칸 역시 학기 중에는 신문 배달, 방학 때는 공사장에서 막노동을 했다.

그의 부모는 가난한 살림에도 자녀를 모두 대학에 보냈다. 칸도 노스런던대학교에서 법학을 전공했다. 이후 인권 전문 변호사로 활동하다 1994년 보수당 우세 지역인 원즈워드에서 시의원에 당선됐다. 2005년엔 변호사를 그만두고 자신이 태어난 투팅 선거구에 하원 의원 후보로 출마해 당선됐고, 2010년, 2015년 선거에서도 이겨 현재 3선 의원이다. 2008년 고든 브라운 정부에서 지역사회장관과 교통장관을 역임하며 영국 최초로 입각한 무슬림 장관으로 이름을 알렸다.

반면 골드스미스는 재산이 2조원이 넘는 유대계 부호의 아들로 할아버지가 영국 하원 의원, 아버지가 유럽의회 의원을 지낸 정치 명문가 출신이다. 그는 삼촌이 설립한 잡지사에서 일하다 2010년 하원 의원으로 당선돼 정계에 입문했다.

칸은 이번 선거에서 "(특정 계층이 아닌) 모든 시민을 위한 시장이 되겠다"며 대중교통 요금 동결, 주거비 안정 등을 공약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칼럼에서 '런던 시민은 공공 기숙사에서 살면서 대중교통을 타고 다니는 칸이 골드스미스보다 더 런던에 맞는다고 생각한 것 같다'고 썼다. 런던 시민 800만명 중 100만명에 달하는 이슬람교도도 칸을 적극 지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