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도 여러 번 어머니와 영상 통화를 하는데 오늘은 직접 만나니까 더 좋네요."

3일 오전 서울 중구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열린 '땡큐맘 캠페인' 출범 행사장. '도마의 신(神)' 양학선(24)이 어머니 기숙향(47)씨의 손을 꼭 잡고 나타났다. 걸음걸이는 불편해 보였지만 표정은 환했다. 어머니 기씨도 아들의 얼굴을 연신 쓰다듬었다.

이날 행사장에는 양학선을 비롯해 남자 펜싱 구본길(27)과 여자 태권도 김소희(22), 그리고 이들의 어머니들이 참석했다. '국가대표 선수를 키워낸 어머니들의 헌신을 재조명하자'는 뜻에서 마련된 자리였다. 세 선수와 어머니들은 오는 리우올림픽까지 '땡큐맘 캠페인' 홍보대사로 활동한다.

기씨는“(양)학선이가 나를 더 강한 엄마로 만들었다. 리우올림픽에서는 나도 학선이도 마음을 강하게 먹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양학선과 그의 어머니 기씨가 가장 큰 주목을 받았다. 2012 런던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양학선은 "어릴 땐 시합에서 잘 못하면 어머니께 화를 많이 풀었는데 그때마다 말없이 다 받아주셨다"며 "좋은 경기 결과를 얻어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건 부모님이 내 뒤에 든든한 버팀목으로 계셨기에 가능했던 일"이라고 했다. 기씨는 "이 세상 모든 어머니는 나보다 자식이 더 힘들 것이란 마음을 품고 산다"며 "가난이 싫어 방황한 적도 있었지만 제자리로 돌아와 성공을 이룬 아들을 다시 한번 안아주고 싶다"고 말했다.

지난 3월 말 아킬레스건 부상을 당한 양학선은 이날도 오른발에 깁스를 한 상태였다. 올림픽 출전이 불투명한 상황이지만 그는 '희망'을 이야기했다. 어머니 기씨의 위로가 힘이 됐다. 양학선은 "어머니가 '부상은 언제든 찾아올 수 있다. 맘 편히 가지라'고 하셨다"며 "수술 부위가 빠르게 회복되고 있고 재활에 전념 중이다. 주변에선 힘들다고 하지만 운동선수라면 아파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씨는 "고통과 싸우는 아들을 조용히 다독여주는 것밖에는 할 게 없어 마음이 아프지만 조금 더 힘을 내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했다.

지금은 성공한 선수가 됐지만 자녀들이 고된 운동을 그만뒀으면 하는 마음도 없지 않았다. 김소희의 어머니 박현숙씨는 "소희가 서울에 있는 고등학교로 진학하며 두 시간씩 지하철을 타고 통학했는데 너무 고생하는 것 같아 마음이 아팠다"며 "딸이 태권도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알기에 묵묵히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답변을 듣던 김소희는 "이렇게 성장한 것이 다 어머니 덕분"이라며 "어머니, 감사합니다. 자랑스러운 딸이 될게요"라고 소리 높여 말했다. 구본길도 "어머니가 나보다 더 강한 몸과 마음으로 4남매를 길러주셨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세 어머니는 "빡빡한 훈련 일정 때문에 집을 자주 찾지 못하는 아들·딸들을 올림픽 후엔 마음껏 보고 싶다"는 소망도 밝혔다. 행사가 끝나기 전 선수들은 다가오는 '어버이날'을 맞아 어머니들에게 카네이션을 달아 드렸다. 빨간 꽃송이로 연결된 어머니와 선수들은 똑같이 밝게 웃고 있었다. 이날 행사는 대한체육회와 생활용품 제조 판매 업체인 한국P&G가 함께 마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