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원 서강대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 추진을 두고 논란이 뜨겁다. 인수를 희망하는 측에서는 경제적 논리를 앞세우고 반대쪽에서는 사회적 가치를 내세운다. 심사를 맡은 정부도 고민이 깊다.

이번 논쟁은 '변화하는 방송통신 융합 시대에 방송의 근본적 가치는 여전히 유효한가'라는 근본적 질문을 던지고 있다. 우리보다 관련 법 체계가 공고하고 방송통신 융합의 역사가 긴 시장경제 중심의 미국이나 영국이 유독 방송 정책만큼은 보수적인 이유를 우리는 차분히 돌아봐야 한다. 즉 방송이 국민 의식이나 문화에 미치는 사회적 영향력이 여전히 막중하고, 시장의 힘이 커질수록 '방송의 다양성' 같은 소중한 원칙을 지키려는 정부의 노력은 더욱 중요하다는 것이다.

지난해 12월 국무회의를 통과한 방송법과 인터넷멀티미디어방송법(IPTV법)을 통합한 통합방송법을 보면 IPTV 사업자는 케이블TV 사업자 지분의 33% 이상을 보유하지 못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IPTV법이 도입될 때 치열하게 논의된 대자본에 의한 지역 채널 운영의 문제점에 대한 견제와 감시의 필요성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인식이다. 일단 정부가 방송의 공익성과 공정성 그리고 지역 가치 보호의 원칙을 엄중히 수호하겠다는 의지는 충분해 보인다.

경제가 침체되고 불확실성이 증대될 때 대기업들은 경제 활성화를 내세워 유효한 경쟁 체제를 무력화시키고 자신들의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시도를 늘 해왔다. 이번 인수·합병을 통해 기존 유료 방송 가입자에 SK텔레콤의 모바일 가입자까지 합친 거대 플랫폼 사업자가 출현할 경우 궁극에는 방송산업 전반의 소유 다양성이나 콘텐츠 노출의 다양성이 심각하게 훼손되고 소비자 선택의 제한과 가격 인상, 중소 PP와 같은 방송 프로그램 제작사들에 대한 불공정 행위, 배제, 차별 등 생태계 파괴의 폐해가 곳곳에서 드러날 가능성이 크다. 무엇보다 이번 SKT 인수·합병으로 통신 재벌의 이익 구조가 더욱 공고해질 것이라는 것은 확실하다.

공익이나 정의와 같은 사회적 가치들은 잘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런 가치를 경제적 가치와 바꾸려 하는 유혹에 빠지기 쉽다. 그러나 그런 가치들이 훼손되고 뒤틀어질 때 생기는 상처와 피해들을 우리는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과연 누구를 위한 인수·합병인지 차분하게 곱씹어 볼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