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끼손가락에서 빛나는 저 반지. 자세히 보니 왕관 모양이다. 그냥 액세서리가 아니다. 내 '새끼'에게 기필코 '왕관'을 씌워주겠다는 염원이 담겼다.
서울 대치동 엄마들 사이 요즘 왕관 반지가 유행이다. 자녀가 고3 된 엄마들이다. 대학수학능력시험 100일을 앞두고 수험생들이 끼던 수능 반지와는 다르다. 왕관 반지는 엄마들이 낀다.
반지를 맞추는 시기는 자녀가 고3이 되는 신학기. 반 엄마들끼리 공동으로 맞추기도 하고, 엄마와 아이가 커플로 맞추기도 한다. 3학년이면 너무 늦다고 해서 아이가 고등학교 입학하자마자 왕관 반지 맞추는 엄마들도 생겼다. 개포동 사는 고3 엄마 김모씨도 새끼손가락에 왕관 반지를 꼈다. 그녀는 "유별나 보이겠지만 반지를 끼면 불안감이 조금 해소된다"며 "20만~30만원대로 그리 비싸지도 않아 하나 구입했다"고 말했다.
왕관 반지뿐 아니다. 대치동·도곡동·개포동 등 서울 강남구에서도 특별히 교육열 높은 이 지역 엄마들은 자녀가 고3이 되면 행운을 기원하는 패션용품을 몸에 착용한다. 복(福)을 부른다는 붉은색 액세서리는 기본이다. 대치동 사는 최모씨는 "새끼손가락에 빨간색 루비가 박힌 왕관 반지를 끼고 빨간색 지갑을 들고 있으면 묻지 않아도 '저 집 자녀가 고3 됐구나' 다 안다"며 웃었다.
'위시본 목걸이'를 착용하는 엄마도 있다. 위시본(wishbone)은 원래 닭고기·오리고기의 목과 가슴 사이에 있는 V자형 뼈. 서양엔 닭이나 오리고기를 먹을 때 두명이 위시본의 양끝을 잡고 서로 잡아당겨 긴 쪽을 갖는 사람이 소원을 빌면 이뤄진다고 믿는 풍습이 있다. 위시본을 몸에 지니고 있으면 좋은 일이 생긴다는 설에 위시본 모양의 '소원 목걸이'를 목에 건 엄마들이 많다.
그렇다고 대치동 엄마들이 사치를 하는 건 아니다. "샤넬 백 든 엄마 하나도 안 부럽지만 전교 1등 하는 엄마는 정말 부럽다"는 게 이쪽 엄마들 통념. 도곡동 사는 고3 엄마 이모씨는 "교육비 외 다른 지출은 최대한 줄이는 게 이 동네 엄마들"이라며 "계절이 바뀔 때면 백화점 가서 명품 트렌드 한번 둘러본 뒤 그 주말 동대문 시장 가서 트렌드에 맞는 옷을 구입하는 것이 우리네 쇼핑 노하우"라고 귀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