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광화문 교보문고엔 100명이 앉을 수 있는 초대형 테이블 두개가 있다. 지난해 11월 이 서점이 매장 리뉴얼을 하면서 심장부에 둔 '카우리 테이블'이다. 테이블 한 개당 가로 11.5m, 세로 1.5m~1.8m. 무게는 약 1.6t에 달한다. 교보문고가 책 매대를 치우고 대형 테이블을 설치한 건 더 많은 사람들이 책의 온기를 느끼게 하고 싶어서였다. "서점에 혼자 왔다가도 낯선 이들과 나란히 앉아 책을 읽고 눈빛을 주고받으며 사라져가는 공동체의 정을 느끼게 하겠다"는 것. 그 전략은 주효했다.

오전 9시 30분, 서점이 문 열자마자 이 테이블로 '출근'하는 이들부터 점심시간 짬내 독서하는 인근 직장인들까지 하루 종일 북적인다. 5만년 된 뉴질랜드산 카우리 소나무로 만든 테이블에 둘러앉은 사연은 저마다 다양하다. "남들은 다 끝났다 해도 나는 지금부터 시작이라고 생각해요." 2009년 경기침체 때 사업을 접은 하건환(76)씨는 염소를 치며 남은 생 보낼 꿈을 테이블 위에서 꾸고 있다. 입사 문제집을 보고 있던 취업준비생 라수광(27)씨는 취업에 성공하면 이 테이블 생각이 많이 날 것 같다고 했다. 한 공간에서 함께 책을 읽는 이들, 어느덧 웃는 입꼬리가 서로 닮아 있었다.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엔 100명이 앉을 수 있는 초대형 ‘카우리 테이블’이 있다. 모르는 이와 나란히 앉아 독서삼매경에 빠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