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재산을 기부한 사람을 칭찬하지는 못할망정 부도덕한 체납자로 몰다니…."

평생 모은 200억원대의 재산을 장학금으로 출연했다가 225억원의 세금을 물어야 할 처지가 된 황필상(69) 전 수원교차로 대표는 지난달 19일 본지 인터뷰에서 서류 한 장을 꺼내들며 분통을 터뜨렸다. '오는 10월까지 미납 세금을 내지 않으면 고액·상습 체납자로 지정해 인터넷에 공개하겠다'는 국세청의 공문(公文)이었다.

황씨는 지난 2003년 모교(母校)인 아주대에 자신이 설립한 생활 정보지 '수원교차로'의 주식 90%(약 219억원)를 기부했다. 서울 청계천 빈민촌에서 자란 황씨는 고학(苦學)하는 후배들을 도와주고 싶어서였다고 했다.

그런데 5년 후인 2008년 수원세무서가 황씨의 기부에 대해 증여세 140억원을 물리면서 악몽 같은 법정 투쟁이 시작됐다. 아주대가 증여세를 내지 않자 국세청이 황씨에게 연대 납세 의무를 지운 것이다.

국세청은 "대기업의 편법 증여를 막으려는 상속증여세법에 따라 특정 기업의 주식을 5% 넘게 기부하면 증여세 과세 대상"이라고 했다.

황씨는 1심에서 승소했지만 2심에선 패했다. 대법원은 4년 7개월째 재판 일정조차 잡지 않고 있다. 황씨는 "이젠 몸과 마음이 다 지쳤다"며 "기부 문화 정착을 위해 순교(殉敎)해도 좋으니 빨리 판결이 내려졌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