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애국가를 못 불러요. 부르면 자꾸 눈물이 나서…."
간호사 파독(派獨) 50주년을 기념해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 회관에서 열린 '파독 간호사 50년, 그 위대한 여정' 행사에 참석한 윤행자(73) 재독한인간호협회장은 "파독 간호사들이 나이가 들수록 견디기 어려운 건 향수(鄕愁)"라며 "젊었을 때는 잘 몰랐는데, 요즘 '한국'이란 말만 들어도 눈물이 왈칵 쏟아지곤 한다"고 말했다. 재독한인간호협회는 독일에 남은 파독 간호사들이 모여 만든 단체다.
이날 행사에선 파독 간호사 관련 강연회와 파독 당시 이들의 모습을 담은 사진전이 열렸다. 지난 23일에는 협회 회원들이 자발적으로 결성한 극단 '빨간구두'(단장 김금선) 단원 27명이 한국에 초청됐다. 대부분 예순을 훌쩍 넘긴 이들은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에서 파독 간호사들의 애환을 담은 자전적 연극 '베를린에서 온 편지'를 공연했다.
윤 협회장은 "파독 간호사들이 고국에서 자신들이 이렇게 다양한 방식으로 기억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 큰 위로를 받을 것"이라고 했다.
1966년부터 1976년까지 10년간 1만1057명의 간호사가 독일로 건너갔고 지금은 2500여명이 그곳에 남아 있다. 윤 회장은 "1969년 두 아이를 한국에 두고 홀로 독일에 건너와서 손짓 발짓으로 의사소통을 하며 하루 10시간씩 일했다"며 "언어 장벽부터 넘어야겠다는 생각에 첫 월급의 절반으로 산 녹음기로 독일어 테이프를 밤새 들었다"고 했다. 그는 "요즘 독일에 들어온 난민들을 보면 옛날의 내가 떠올라 도와주고 싶다"며 "지난해 5월 아프리카 에리트레아 출신 난민 이드리스(21·남)를 집에 들여 함께 생활하고 있다"고 했다. 이드리스는 지난해 윤 회장의 도움으로 중학교를 졸업하고 지난 4월 현지 간호학교에 입학했다.
윤 협회장은 "많은 파독 간호사가 고향을 찾고 싶어 하지만 한국에 머무를 곳이 마땅치 않아 엄두를 못 내는 경우가 많다"며 "한국을 방문하고 싶어 하는 파독 간호사들을 위한 저렴한 주거비의 쉼터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