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국의 새 화폐 모델로 여풍(女風)이 강하게 불고 있다.
스코틀랜드왕립은행(RBS)은 올해 새로 발행할 5파운드 지폐 모델로 스코틀랜드의 대표적인 여성 근대소설가 난 셰퍼드(1893~1981)를 선정했다고 지난 25일 발표했다.
RBS는 지난 2월 투표를 통해 10파운드 지폐 모델로 과학자 메리 서머빌(1780~ 1872)을 선정한 바 있다. 서머빌은 해왕성을 발견하는 데 결정적 기여를 한 인물이다. 두 여성은 RBS 발행 지폐에 등장하는 '영국 여왕이 아닌 첫 일반 여성'이다.
영국은행도 내년 10파운드 지폐 모델을 '오만과 편견'을 쓴 문호(文豪) 제인 오스틴(1775~1817)으로 교체한다. 오스틴을 모델로 선정하기까지 많은 여성 운동가와 정치인이 영국은행 총재에게 화폐 주인공의 성(性) 불평등 해소를 촉구하라는 서한을 보냈다. 영국 지폐에 등장한 여성은 영국 여왕을 제외하면 백의의 천사로 불리는 간호사 플로렌스 나이팅게일(1820~1910·10파운드 지폐 모델로 1994년 발행 중단), 여성 범죄자 교화와 교도소 처우 개선에 힘쓴 인권 운동가 엘리자베스 프라이(1780~1845·5파운드 지폐) 등이 전부다.
캐나다는 2018년 발행할 화폐에 처음으로 여성을 넣기로 하고, 최근 대국민 공모를 시작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세계 최초의 여성 항공기 디자이너 엘시 맥길, 첫 여성 의원 애그니스 맥파일, 원주민 출신 여성 운동가 섀넌 쿠스타친 등이 물망에 오르는 중이다.
일본은 근대 여류문학의 거성으로 꼽히는 작가 히구치 이치요(1872~1896)를 2004년부터 5000엔 지폐에 넣고 있다. 미국도 2030년부터 발행할 20달러 지폐 앞면 모델에 흑인 여성 인권 운동가 해리엇 터브먼(1820~1913)을 선정하고, 5·10달러 지폐 뒷면 모델에 여성 참정권 운동가 6명을 등장시킬 계획이라고 최근 발표했다.
뉴욕타임스는 "여성이 지폐 모델로 등장한다는 것은 그 나라가 추구하는 가치가 강력하게 재편되고 있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양성 평등과 여권 신장의 결과물이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