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성남과 광주의 K리그 클래식 8라운드가 열린 성남탄천종합운동장. 성남이 2―0으로 앞선 후반 48분 김학범 성남 감독이 꺼내든 마지막 교체 카드는 베테랑 골키퍼 전상욱(37)이었다. 무실점 방어를 펼치던 김동준 골키퍼를 빼고 전상욱을 투입한 데는 이유가 있었다. 김학범 감독은 "오늘이 전상욱에겐 어쩌면 마지막 경기일 수도 있다"며 "그는 건강 이상으로 장기간 팀을 떠난다"고 밝혔다.

1일 병마로 그라운드를 당분간 떠나게 된 프로축구 K리그 성남FC의 골키퍼 전상욱의 품에 다섯 살 난 딸이 꼭 안겨있다. 이날 시축은 딸 하은양이 공을 차고, 전상욱이 막을 예정이었지만 하은양이 아빠 품에서 떨어지지 않으려고 해 무산됐다. 경기가 5분 정도 지체됐지만 선수와 관중 모두 조용히 그 모습을 지켜봤다.

전상욱은 지난달 정밀 검진을 통해 건강 이상을 확인했다. 구단은 선수의 뜻을 존중해 병명을 밝히지 않기로 했다. 성남의 마스코트인 까치 조형물엔 전상욱의 백넘버인 1번이 새겨져 있었다.

후반 15분 티아고가 성남의 첫 골을 터뜨리자 선수들은 모두 몸을 풀던 전상욱에게 달려가 차례로 포옹했다. 후반 35분 추가 골을 넣은 황의조도 전상욱에게 향했다. 전상욱은 후반 48분 교체로 그라운드를 밟았다. 그에게 장학영이 주장 완장을 채워줬다. 전상욱은 광주의 슈팅을 한 차례 막아내며 무실점 승리를 지켰다.

대표 경력이 없는 전상욱은 2005년 성남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했다. 각광받는 스타는 아니었지만 늘 최선을 다하는 태도로 후배들의 신망을 얻었다. 팬들은 이날 '우리의 No.1 파이팅' '전상욱, 당신이 있어야 할 곳은 여기'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걸고 그를 응원했다. 김학범 감독은 "마지막에 교체로 넣는 것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다"며 "감독으로서 줄 수 있는 선물이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