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에서 가장 많은 피해자를 낸 옥시의 신현우(68) 전 대표가 26일 검찰 조사를 받았다. 2011년 가습기 살균제 문제가 불거진 지 5년 만에 옥시의 전 최고경영자(CEO)가 검찰에 불려 나온 것이다. 이날 오전 9시 40분쯤 신 전 대표가 서울 서초동 검찰 청사에 모습을 보이자 그를 기다리던 피해자와 가족들은 "살려내라" "사과하라"고 소리치며 울먹였다. 이들은 '옥시는 피해자와 국민 앞에 무릎 꿇고 사과하라' '내 아이와 내 아내가 하늘에서 보고 있다'고 쓴 플래카드도 들었다. 신 전 대표는 "피해자와 유가족 분들께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했다.

26일 오전 신현우(68·가운데) 전 옥시레킷벤키저 대표이사가‘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의 피의자 신분으로 서울중앙지검에 출두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신씨 뒤쪽엔 이번 사건의 피해자 가족들이 옥시를 비난하는 플래카드를 들고 있다.

[신현우 전 옥시 대표는 누구?]

서울중앙지검 가습기 살균제 특별수사팀(팀장 이철희)은 이날 신 전 대표를 상대로 2001년 PHMG(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를 첨가한 신제품 '옥시싹싹 뉴가습기 당번'을 개발하면서 PHMG의 유해 가능성을 사전에 알았는지를 집중 조사했다. 하지만 신 전 대표는 검찰 조사에서 "PHMG가 유해 물질인지 몰랐고, 제품 개발 단계에서 PHMG에 대한 흡입 독성 실험을 하지 않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날 김모 전 옥시 연구소장과 최모 전 선임연구원도 함께 불러 조사했다. 이들은 2001년 제품 개발 당시 옥시 연구소장과 연구소 선임연구원이었다. 특히 최 전 연구원은 당시 'PHMG가 인체에 유해할 수 있다'며 회사 내부에 문제 제기를 했던 인물이다. 검찰은 최 전 연구원을 상대로 옥시가 문제 제기를 묵살한 채 독성 실험 없이 제품을 생산·판매하게 된 경위를 조사했다. 검찰은 신 전 대표 등에게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할 방침이다.

검찰 관계자는 "실적 압박에 시달리던 옥시가 급히 신제품을 출시하면서 PHMG에 대한 검증을 제대로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검찰은 옥시가 PHMG를 사용한 제품을 생산·판매하게 된 구체적인 경위를 밝힌 뒤 옥시 영국 본사가 이 과정에 개입했는지를 확인할 계획이다. 검찰은 27일 옥시 연구소장인 조모씨와 옥시에 PHMG를 공급한 업체 대표 등을 소환 조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