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26일 “대기업집단 지정제도는 시대에 맞게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대기업 지정 제도를 직접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대기업집단(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 지정제도는 자산총액이 5조원이 넘는 기업을 ‘대기업 집단’으로 규정해 공정거래법상 상호출자, 신규 순환 출자, 채무보증을 금지하고 공시 의무를 대폭 강화하는 등 추가 규제를 받게 하는 제도다.

박 대통령은 이날 언론사 편집·보도국장 간담회에서 “(대기업집단 지정제도는) 다른 나라는 거의 없고 우리나라만 있는 제도”라며 “경제 규모도 달라지고 굉장히 변화가 많은 시대에 지정제도를 옛날 그대로 손도 안 대고 가져가겠다는 것은 우리 스스로 경쟁력을 깎아 먹는 일”이라고 했다.

이어 “카카오라든가 (대기업들이) 뭘 좀 해보려고 하는데 대기업으로 떡 지정돼서 이것도 못하고 저것도 못하게 되면 누가 더 크려고 하겠나”라고 반문했다.

박 대통령은 “뭘 해보려는 것을 다 발목 잡아놓고 투자가 안 되느니, 경제 활성화 안 되느니 그러면 안 된다”며 “다 뛰게 해주는 차원에서 대기업집단 지정제도는 반드시 시대에 맞게 바뀌어야 한다”고 했다.

앞서 공정거래위원회가 올해 4월 1일 기준으로 자산 총액이 5조원 이상인 65개 그룹을 대기업 집단으로 지정하면서 벤처기업인 카카오·셀트리온을 포함해 하림·SH공사·한국투자금융·금호석유화학 등 6개를 신규 지정했다.

공정위는 2009년부터 8년째 자산 5조원 이상 기업을 대기업집단으로 지정하고 있다. 그러나 2009년에 비해 우리나라 경제 규모가 40% 넘게 커진 현실을 반영하지 않다 보니 기업을 규제하는 그물이 지나치게 촘촘해졌고, 오히려 성장하는 기업의 발목을 잡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어 획일적인 ‘자산 5조원’ 기준을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한국경제연구원은 25일 특별 좌담회를 열고 새롭게 대기업으로 지정된 하림, 카카오, 셀트리온 등의 기업 활동을 위축하는 대기업지정제도를 철폐하라고 주장했다. 좌담회에 참석한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은 “한국의 대기업 규제는 OECD 1위 수준”이라고 했고 홍은택 카카오 수석부사장은 “대기업집단 지정으로 새로 적용받게 된 규제만 76개”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