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진형 前부실장, 김종석 원장.

총선 이후 여야 정치권에서 너도나도 구조조정 필요성을 강조하는 가운데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 정책통들로부터 "정치권은 개입하지 않는 게 좋다"는 불개입론(不介入論)이 제기됐다. 정치권이 자꾸 간섭하지 말고 주주나 채권단 등 이해 당사자들과 정부에 맡겨야 하며, 정치권은 입법(立法) 등이 필요하면 도와주면 된다는 취지다.

더불어민주당 주진형 전 중앙선대위 국민경제상황실 부실장은 25일 본지 통화에서 "구조조정은 정치권에서 주도할 일은 아니고 해당 기업의 주주나 채권단이 알아서 하는 것이 중요하고 그게 먼저"라며 "그게 잘 안 되면 정부가 할 일이지 정당이 나서 이렇게 하라 저렇게 하라고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공적 자금을 투입해야 할 일이 발생할 경우 등 정치권이 도와줄 일이 있으면 도와주면 되는 것"이라며 "근본적으로 시장에 의한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고 했다. 주 전 부실장은 2013년 한화투자증권 대표이사 재임 시절에 300명이 넘는 직원이 회사를 떠나는 구조조정을 해 금융계에 파장을 일으켰다. 그는 지난 2월 김종인 대표를 돕기 위해 더민주에 합류한 김 대표 측근 인사다. 주 전 부실장은 "실업 대책에 대해서도 정치권에서 운운하는 것 자체가 잘못됐다"며 "실업 대책에 대해 아무 일도 안 하다가 특정 대기업에서 실업이 생기면 그걸 갖고 온 나라가 시끌시끌해지는 이 풍토 자체가 잘못된 것"이라고 했다.

안철수의 포옹 -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25일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20대 총선 서울 지역 출마자들과 오찬을 갖고 한 참석자를 껴안고 있다.

[주진형 전 더불어민주당 선대위 부실장은 누구?]

[김종석 새누리 여의도연구원장은 누구?]

주 전 부실장의 이런 주장은 더민주 김 대표 입장과 배치되는 측면이 있다. 김 대표는 지난 20일 실업 문제 대책을 전제로 "정부가 청사진을 제시하면 적극적인 구조조정에 야당도 협조하겠다"며 구조조정 이슈를 제시했었다. 더민주는 당내에 '경제특별위원회'(가칭)를 구성해 구조조정과 실업 대책 문제 등을 논의하기로 한 상태다. 이에 대해 주 전 부실장은 "김 대표도 야당이 구조조정안을 만들겠다는 것이 아니라 정부가 청사진을 갖고 오면 논의하겠다고 한 것이다. 입장이 다른 것이 아니다"고 했다.

새누리당 김종석 여의도연구원장도 이날 "과거에 정치권이 자꾸 간섭을 해 '감 놔라 배 놔라' 하니까 당사자들이 위축이 되고 서로 보신주의에 빠져서 구조조정이 지연됐던 선례가 많이 있다"며 "야당도 대원칙에 동의한 만큼 구조조정은 이제 가급적 전문가들과 이해 당사자들에게 맡기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기업 구조조정은 이해관계자가 많고 고도의 금융 기법과 경험이 필요한 과정이기 때문에 정치권에서 자꾸 이래라저래라 하는 것은 오히려 문제를 어렵게 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또 "어려움에 처한 기업을 공적 자금이나 국민 부담으로 연명시키는 것은 장기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고도 했다. 경제학자로 홍익대 교수 출신인 김 원장은 20대 총선에서 비례대표로 당선됐다.

새누리당 이혜훈 당선자도 "선거를 생각하는 정치인들은 정치적 부담 때문에 한계기업이 문 닫기를 원하지 않고, 그래서 자꾸 연명을 시키는 것"이라며 "문을 닫을 수밖에 없는 기업은 자력으로 문 닫게 내버려 둬야 다른 기업들이 사는 것"이라고 했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야당이 구조조정을 돕겠다고 하는 것은 환영하지만 '사공'만 많아져선 곤란하다"고 했다.

◇국민의당 "노동자 해고 초점 본말전도"

국민의당은 구조조정이 노동자 해고 중심으로 가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당 천정배 공동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유일호) 경제부총리는 기업의 부실을 초래한 경영진과 대주주의 경영 실패에 대한 책임을 묻기보다는 노동자 해고에만 초점을 둔 채 구조조정을 말하고 있다"며 "이는 명백히 본말이 전도된 것"이라고 했다. 천 대표는 "구조조정은 인력 구조조정을 수반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노동자와 해당 지역 자영업자들의 고통을 덜어줄 일자리 나누기와 사회 안전망 강화 등의 방안이 반드시 함께 논의돼야 한다"고 말했다.